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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그들은 우리의 '과거' 입니다

몽골(Mongol)은 '용감함'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5일 오후, 편집국에 한 몽골인 목회자가 찾아왔습니다. 몽골 사람이 무작정 한인 신문사의 문을 두드린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촉트 에르덴 허르도 목사. 그는 현재 LA한인타운에서 40여 명 남짓한 작은 몽골인 이민교회(몽골리안크리스천처치)를 맡고 있습니다.

사연은 딱했습니다. 교회가 있던 건물이 최근 용도 변경을 위한 공사를 시작하면서 5월 말까지 교회를 비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교회가 해체되거나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위기였습니다. 촉트 목사는 한인교계에 도움이라도 청해보려고 용기를 내어 찾아왔습니다.



처지는 안타까웠지만 사실 LA지역에 어려운 미자립교회가 한 둘입니까. 일단 "다시 연락을 주겠다" 말한 뒤 돌려보냈습니다. 촉트 목사를 보내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일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가 한인교계에 도움을 청하려 했던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한인이민교회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인교계라면 자신들의 아픔을 공감해줄 거라는 기대였습니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교회와 함께 호흡하고 발전해왔습니다. 이민자의 삶과 교회는 매우 밀접했으니까요. 교회는 힘겨운 이민생활 속에서도 신앙을 통해 희망이란 끈을 놓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한국인'이라는 공통분모만으로 서로 의지하며 삶을 나눈 공동체였습니다. 아마 한국교회가 공감하기 힘든 이민교회만의 애환이자 추억일 겁니다.

한인교계 목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재 가운데 수많은 목회자를 만나봤습니다. 저마다 이민목회에 대한 뜻을 품고 고생해가며 교회를 개척했던 삶의 이야기는 전부 한인 이민자들의 눈물이었습니다.

오늘날 한인교회는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있습니다. 과거 힘겨웠던 시절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한인교계가 주변을 조금 둘러볼 정도의 여유는 있다고 봅니다.

이민자의 삶은 분명 '이민자'만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LA는 각 나라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모인 다민족 사회입니다. 아마 그중에 한인들만큼 교회의 발전을 이루어낸 민족도 없을 겁니다. 한인들의 신앙적 열심과 교회에 대한 사랑은 타민족 이민 교계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으니까요.

한인교계는 힘이 있습니다.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성숙함도 있습니다.

둘러보면 우리 주변엔 수많은 타민족 미자립 교회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한인교회의 '과거'입니다.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은 이민자에게 교회가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냥 돌려보냈던 촉트 목사와 다시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작성했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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