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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세월호 참사와 서울 풍경

김 완 신

논설실장

#. 한국에 갔다. 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변화에는 긍정적 의미의 '발전'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회의 부정적 요소가 개선되지 못하고 심화.고착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빈부차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부의 편중이 심한 나라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난과 부는 속성상 외형에서부터 구별되는 것이어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부의 상징인 강남 거리는 풍요롭고 사치스럽다. 어디에도 가난과 부족의 흔적은 없다. 이제 '강남'은 지역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부를 상징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서울 거리가 모두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변두리 버스 정류장에는 매연과 먼지를 뒤집어 쓴 포장마차가 비좁은 인도에까지 늘어서 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서야 주인들은 지친 몸으로 포장을 걷고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도시 뒷골목에는 변화와 발전이 비켜간 공간들이 시간을 거슬러 남아있다.

미국에도 빈부차이는 있다. 특히 인종별로 편차가 심하다. 이런 특수성은 종종 위로와 변명의 구실이 된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의 부는, 그다지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으로 치부해, 비교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같은 핏줄과 같은 언어의 사람들이다. '똑같이 한국인인데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못 살고'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사회다.

#. 택시를 탔다. 미국에서의 습관처럼 운전기사 옆에 앉았다. 요즘 경기 어떠냐는 의례적인 인사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 얘기를 쏟아낸다. 주제는 두 가지다. 정부를 욕하거나, 아니면 정부를 욕하는 사람들을 욕한다. 중간은 없다.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상대편에 대한 비방과 분노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듣는 사람에게 동조를 강요한다.

친구나 친척 집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아침부터 밤까지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방영하는 TV방송이 있다. 철저히 한쪽 편의 입장만 대변해 오히려 특정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방송을 놓고도 진영은 분명하게 갈린다. 시청하는 사람과 시청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에도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관용도 없다. 이념 논쟁에서는 한 치의 양보없이 서슬퍼런 칼날을 세운다.

#. 세월호가 침몰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분향소에 자식을 보낸 한 유족의 글귀가 붙어있다. '그동안은 가난했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안산시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 325명의 가정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19명, 한부모 가정이 19명으로, 전체의 11.6%가 저소득층에 속해 있다. 경기지역 기초생활수급자 평균인 4.45%의 두 배를 넘는다.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자산규모는 24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자산도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이었던 화물 과적으로 최소 30억원의 이득을 보았다. 그리고 파렴치하고 불법적인 욕심이 초래한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이번엔 이념 싸움이다. 한편에서는 사고에 무능력했던 정부를 질타하며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고 시위집회를 연다. 반대편에서는 이에 맞서 세월호 참사를 악용해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말라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는 실종자 전원을 찾아내지 않는 한 지금도 진행 중인 사고다. 그런데도 맹신하는 이념 앞에 유족의 슬픔과 사후대책은 관심에서 옅어져간다.

#. 미국에 왔다. 여러 날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와 서울 풍경이 겹쳐져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세월호 이후에도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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