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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인문학상/논픽션 부문-가작] 나의 새로운 삶

조성길

그제야 긴 한숨을 쉬어보았다.

이제 살았구나 하는 확신이 섰다.

7월4일은, 미국에선 제일 큰 명절이기에 이 나라의 지난날과 앞날의 축복을 기원하는 폭죽들의 축제가 시카고 다운타운과 각 지역에서 벌어졌다.

그 다음날인 2002년 7월5일 아침 10시30분, 간밤의 환희만큼이나 나에게 커다란 사고가 생길 줄은 아무도 상상도 하지 않았다. 10분간은 삶과 죽음을 가름하는 순간이었다.
죽어야하는 절망의 고통 속에서 눈물 흘리며 드린 기도가 하느님께 상달 되어 살려주신 것이었다.



나는 개인 개인강철회사에서 24년간 기계 보수 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여러분이나 저나 기계문명이 첨예화된 현대는 어느 순간, 어디에서나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회사의 집 채 만 한 기계를 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 버티어나갔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이민생활을 하는 동안 세 번의 고난과 환난을 당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회사에서 기계를 분해하다가 피스톤이 튀어 나와 배를 가격했다. 이 사고로 죽을 뻔했지만 무사하였다. 이 사고로 장 검사 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내 배에서는 항상 봄이 오는 소리가 난다며 내 부인은 나를 웃겼다. 두 번째는, 전도 폭발 훈련을 하면서 자녀문제로 가정에 시험을 당하였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무사히 이길 힘을 주셔서 믿음 위에 섰다. 세 번째는, 지난번 안수집사 임직을 받은 후 이렇게 사고를 당하여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려 주심으로 승리하게 하셨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프레스(press)로서 램(ram)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열처리에서 나온 달구어진 쇳덩이를 기둥모양, 동그랗게, 네모나게 등 여러 종류의 모양으로 눌러서 모양(forging)을 만드는 기계였다. 나는 20년 이상 이 기계를 분해하여 수리하고 부속도 갈아 끼우고 했다. 프레스의 높이는 집 덩이만한 지상으로부터 20피트 이상에 위치해 있었다. 사람 키의 세 배가 넘는다.

2. 우리 회사는 일 년에 한 번씩 회사 일을 중단하고, 여러 가지 기계들을 보수 및 점검을 했다. 예년과 같이 그해에는, 10일간의 공정으로 프레스를 분해 수리하던 중이었다.
그날 할 일은 메인 실린더(main cylinder)와 철판을 연결하여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10피트 높이의 프레스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허리를 굽혀 머리와 양쪽 팔로 엎드려서 연결하던 중이였다. 그런데 머리 위에 있던 철판이 순식간에 쿵하면서 떨어져 머리의 뒤쪽 목과 양쪽 팔이 잘리기 직전에 '탁'하고 멈추었다.

그 순간에 올려져 있던 철판이 멈추지 않았더라면 나는 간단히 목이 잘리었을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나는 죽지 않았고, 왜 이 일반 승용차 무게만한 철판이 떨어졌는지. 또 기름이 모두 없어진 상태가 아니었는데, 두 개의 pull back cylinder에 연결되어있고, 누가 조작할 수 없었는데.”하고 생각했다.

나는 목을 쳐들어 보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 철판이 떨어진 상태에서 정지한 후, 한참 후에 조금씩 내 목을 조이면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아차, 이제는 죽는구나!”

몸을 비틀고 몸부림쳐보았지만 꼼짝도 할 수가 없었고, 사다리에 걸쳤던 다리는 허공에서 버둥거려야 했다.

육십 평생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던 육체인데……. 더구나 목을 움직일 수 없으니까 진땀이 나고 소름이 끼치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점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손때가 묻은 이 프레스에 의해 죽어 가야 하는구나, 과연 내가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Mike나 Rich또는Tony가 빨리 철판을 들어 올려야하는데 그들이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죽어가는 나를 생각해 보았다. 누가 그때의 심경을 이해나 할 수 있었을까?

머리가 일그러지고 깨지면서 목줄마저 눌리는 순간 피를 토하고 두 팔이 잘려 죽어야하는 순간이라 생각하니 미칠 것 같고 질식해 버리고 말 것 같았다. “20년 이상 내 몸과 같이 만지고 아기같이 다루던 이 기계가 내 목과 두 팔을 자르려고 서서히 내려오는구나.”



3. 내 머리에서는 나의 일생이 끊이지 않는 한편의 필름이 되어 돌아가며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죽어야하는 내 모습의 끔찍함, 가족 아내와 자식들 또 부모형제의 얼굴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부르짖는 소리가 있었다.

“주여! 주여!” 절규하면서 주님을 찾았다.

“나는 이제 죽어야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에 부르는 ‘주님’에는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를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그동안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고 저의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러나 살려주실 수 있으시면 살고 싶습니다. 주님! 주님!”

목은 조여 오고 숨 쉬는 것이 거북스러워지고 다른 어떤 생각이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주님만 불렀다. 그리고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나의 목줄을 짓눌려 오는 기계의 무게는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거스르거나 재껴 낼 수가 없었다. 숨이 느려지더니 심호흡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목안에선 피가 맺혀 숨을 쉬려도 힘들어지고, 들여 마시는 숨은 더 힘들었다.

몸에서 힘이 점 점 빠져나갔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 Rich가 사다리에 올라와 내 양다리를 흔들고 꼬집으며 “일어나, 일어나(wake up wake up).”하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끼며 순간에 긴장이 풀어지며 정신이 몽롱해 졌다.

직원들이 기계로 철판을 들어올렸을 때 나는 이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질식한 상태였다. 아마도 1, 2분만 늦었으면 나는 내려오는 철판에 짓눌려 목이 잘렸을 것이었다. Rich 얘기로는 내가 죽었었다고 말했다.

그 친구가 축 늘어진 내 몸뚱이를 어깨에 메고 사다리에서 내려와 앰뷸런스에 인계했고 David는 잘린 내 목과 팔을 찾으려고 두 리 번 거리며 살폈다고도 했다.

4. 이 순간적인 사고는 십여분이었는데 십 년이나 이 십 년이 지난 것 같았다. 후에 들으니 시카고 TV 오후 뉴스엔 내가 철판에 눌려서 사망했다고 하며 사고 현장을 방영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회사직원들은 사고가 난 곳을 돌아보고 모두 기적이라고 감탄했다.

철판이 떨어졌으면 끝까지 떨어져 목이 달아났을 것인데 왜 정지했을까?

회사 직원들은 문병 와서 자유로이 말했다.

어떤 이는 아마도 천사가 내려와서 철판 둘레의 뭉툭한 곳flange을 손가락으로 잡아서 살려냈다고 하기도하며, 어떤 이는 내가 슈퍼맨이라며 슈퍼맨 만화책을 놓고 가기도 했다. 어떤 직원은 그 당시 내가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누구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주님을 불렀다’고 했더니 내 손을 잡고 하염없는 눈물로 기도를 드리고 돌아갔다.

이것이 기적인가요.

믿지 않는 사람들은 기적일지 모르지만 믿는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역사 하셔서 살려 주신 것이라 말했다.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주님을 위하여 살게 하시려고 하신 것이었다.

꼭 일 년이 지난 오늘, 60평생을 살았지만 나의 나이는 한 살이라는 생각해 보았다.

지난날들 가졌던 내 생각은 아득한 과거일 뿐이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나, 시야로 보는 사물들은 온통 새로워 보이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우선 성격도 활달하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공격적이라 보였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면에서 방어 자세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꼈다. 한번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 살아가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5. 무릇 사람들은 산다는 그 자체는 끈임 없는 시작이요 즐거움이고, 죽는다는 것은 슬픔이라 표현하고 있다. 지구에 있는 생태계에서 느릴 수 있는 최상과의 단절이라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숱한 기억 중에 PRESS 기계에 눌려 죽어가야 하는 10분간의 물리적인 체험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하였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의 갈 길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오래전의 일을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고 부모님은 시골에서 사셨다.

둘째 형은 군에 가 있었고, 부모님은 나를 도울 능력이 없어 나는 신문을 돌리며 고학을 했다.

어떤 때는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어 한강 백사장에 앉아 울며 죽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 없어.

하나님은 분명히 내 갈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고 열심히 공부하고 군대를 다녀와 한국전력에 시험을 보고 합격하였다.

더 넓은 세상에서 다른 기회를 얻고자 이민을 왔다. 그런데 지금 나는. 죽는구나! 죽어가야 하는구나!

누구나 한번은 죽는 것이지만 물리적인 절망적인 죽음의 상황에서 내가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을 찾으며, 내 영혼을 의탁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찾던 그 분을 향한 믿음을 간직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믿음생활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민 와서도 성경책이나 들고 일요일이면 왔다 갔다 하는 나일론신자, 즉 교회에 소속된 한 사람의 교인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모든 삶을 하나님께 의지하며, 경건하게 살아 믿음을 키우고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였다. 생각하면 이민 25년간은 살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내 의지, 내 노력, 또 내 힘으로만 살려고 발버둥친 강행군이었다.이 공장에선 위아래도 없다. 아들 같은 놈이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욕을 하는 것은 다반사다.



6. 우리 두 아들은 대학 때, 썸머잡으로 우리 회사에서 일했다. 우리 큰아들이 일을 해 첫 봉급을 받던 날, 한국에 계시는 할머니께 보내라며 $200.00을 주는데, 난 그 돈을 받고 돌아서서 울었다.

일이 주어지면 일요일도 마다 않던 그야말로 일 벌레처럼 무척이나 억척스럽게 살았다.

나는 일 년 전 사고 후유증인 왼쪽 귀의 이명증으로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신경과에서는 노인들의 보청기처럼 귀에다 청각을 안정시키는 Hearing System Remote Control을 만들어 주어, 소음을 상쇄해 주기는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언제나 짜증이 나고 노이로제에 걸려 무언가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그런가 하면 나 자신이 너무 힘들어 질 때면 그런 이명의 현상으로 자살을 한다는데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다. 누구와의 대화도 제대로 나눌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니 그냥 멍해져, 누가 의견을 물어도 이해를 못 해 그냥 웃어넘길 때가 많거나 묵살해 버릴 때도 있고, 동문서답까지 할 때도 많다.

정신과 의사는 상담할 때마다 아직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며 뇌를 피곤치 않게 하라고
주의를 준다.

“우선 신경 쓰시는 것을 줄이시고 조용한 상태가 좋습니다. TV를 보다가도 죽는 장면이 나오면 현기증이 나는데요. 그런 장면들은 피하시고 코미디 같은 프로그램을 보시도록 하십시오. 지금은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 합니다. 지금 소홀히 하시면 그 증상들이 길어 짛 수 있으니까요. 또 사다리를 사용하여 하는 일은 안 됩니다. 높은데 올라가지 마십시오. 큰일납니다. 당분간은 엘리베이터도 조심 하십시오. 조그만 공간에 갇히면 두려우실 겁니다. 공황장애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한국 정신과 의사(Mrs. Kim)은 상세히 일러 주었다. 그래서인지 몇 년 후 한국엘 다녀오는데 잘 갔다 올까를 염려했기도 했지만 아내의 배려로 잘 다녀왔다. 조용한 곳에서 자연과 대화하며 안정이, 하나님이 살려주셨는데 무슨 일이 있겠나.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확신도 있기에.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하다 했다.

오늘도 정신과 의사와 물리 치료 의사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다.



7. 왼쪽 귀는 회복 불능 판정을 받았지만, 얼마나 더 의사의 도움이 필요 한 것인지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는 희망이 있다. 현대 의술로는 불가능하다 해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시니 “불꽃 같은 눈초리로 나를 지키시고 보호해 주시며 나의 끝날 까지 나를 인도하신다.”는 믿음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청력을 잃고 교향곡을 작곡한 베토벤이나, 소아마비로 인한 불구자로 미국 대통령에 네 번이나 당선되어 1930년대의 대공황을 극복하게 하였으며, 지팡이를 짚고 정상회담에 다니면서 처칠과 스탈린 같은 연합 정상 국 회담에 다니며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놓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당당한 활동과, 눈과 귀가 열리지 않은 헬렌켈러 여사는 삼일만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하면서도 감동적인 글들을 남기고 간 활동 등은 한쪽 귀의 기능을 잃어서 시달리고 있지만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 준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정원에 정성스럽게 심고 가꿔 만발한 화초를 보며 나를 다시 생각한다.

주님께서는 나에게 나 자신도 모르게 경직된 내 마음에 믿음의 새싹을 주시고 조금씩 자라게 하시며 믿음의 열매를 주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일 년 전 그날을 생각하며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피부로 느끼며 은연중에 나에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듣고자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찾는 아버지가 항상 너를 지키며 너와 함께하리라. 주님이시여. 주님의 십자가 앞에 눈물 흘리는 이 죄인의 죄 사하소서 아멘. 나는 일 년에 생일이 두 번 있다. 부모님이 주신 생일이 있고, 하나님이 주신 새 생일이 있어 두 번의 잔치를 해야 한다. 이민 초기의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다. 월부로 비행기 표 갚느라 신경 쓰고, 겨우 천불 가지고 온 것, 아파트 몇 달치 내면서 직장을 찾느라고 시간 많이 보냈으니 몇 푼 안 되는 돈이 달랑달랑하였고, 중고차 한 대라도 사려도 여의치 못해 일 년간 걷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다녔다. 그러다가 직장을 잡아서 장사를 마다하고(장사를 배우고 있었음) 한 직장에 25년간 다녔다. 처음 미국공장에 들어가서 적응하는데 시간아 좀 걸렸다.

8.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이 빈번히 발생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나이가 많거나 말거나 쌍욕들을 하는데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 세월을 견디며, 퇴직 후 생계보장(benefit과 pension,) 좋고 회사의 급료와 보험 (insurance), 모든 것 만족하면서 정년퇴직까지 다니면 남은 인생의 세월이 보장된다고 열심히 주말에도 일을 했다. 나는 아직까지 골프를 못 친다. 15년 전에 세트를 구입했는데 한 번도 못 치고 말았다. 그런데 세상만사가 나의 뜻, 나의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세금을 많이 냈으니 내 노후의 생활은 보장될 것이고, 아내과 함께 여가를 즐기며 남들도 돕고 살려 했던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사고로 인해서 무지개 같은 꿈을 접어야 했고 현재 장애인으로서 고생한다. 머리 신경의 손상, 왼쪽 귀머거리 소음으로 인한 장애와 이명증, 신경증세, 공포 병으로 잠 못 이루고 후유증으로 치아가 무를 쑥쑥 뽑듯이 빠져나갔다.

회사 다닐 때 동료가 사고로 쇳덩이에 깔려 죽기도 했고, 많은 고통 속에 불구자 된 동료도 있다. 그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불난 집에 불구경하듯 나는 항상 “나는 끔찍한 사고나 일을 당하지 않는다. 자위하면서 나는 예외야!” 나 자신을 옹위하고 구경만 하는 구경꾼이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나에게 그런 일이 다가온 날. 응급실에 목사님이 오셔서 시편 18편을 가지고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이 꼭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지난 과거, 현재, 미래에도 무슨 일이 어떤 계획을 세우든지 나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나님을 믿는 백성들은 주님의 뜻을 구해야지요?

시편 18편 6절 말씀에 “환난에서 여호와께 아뢰며 나의 하나님께 부르짖었더니, 저가 그 전에서 내 소리를 들으심이여 그 앞에서 나의 부르짖음이 그 귀에 들렸도다” 마지막 순간 삶을 포기했을 때 그 좌절감이란 참으로 처절했다. 그 때 울부짖으며 회개하며 기도했던 그 순간도 철판은 목을 자꾸 조여 내려오고, 숨이 막혀 소리도 못 지르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그 절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9.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셨고 나를 살리셨던 것이다.

“확실히 믿습니다.” 왜냐구요? 아직 때가 이르지 못하셨기에 주님의 도구로 사용하시고자 살려 주셨던 것이었다.

집에서 요양하면서 자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 구원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가?”

목사님 또 주위 성도님들에게 묻곤 했습니다. 방방곡곡 다니면서 전도를 하고 순회 간증이라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단기 선교라도 나가야 하는가? 빨리 실천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타 교회 장로님과 전도에 대해서도 상의했고 계획도 세웠다.

나는 또한 사고로 법정싸움을 해야 했다.

운동도 할 겸 아침 일찍 아내가 하는 세탁소에 가서 일을 봐 줬다.

언제부터인가 파트타임이라도 회사에 나오라는 편지가 왔지만 거절했다.

내 상태로는 소음이 심한 그곳에선 견딜 수 없어서다.

변호사도 어떤 것은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없었다.

부인의 사업장에서 도와 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

나중에 변호사도 깜짝 놀랐지만 때는 늦었다. 어디에다 설치했는지도 몰랐고, 살펴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만 쫒고 있는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 무슨 핑계를 잡고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재판하러 갔던 날, 내가 세탁소에서 손님과의 행동, 인보이스를 써 준 것이 동영상으로 나오며 세탁소가 부인의 것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인데 회사에서 일하라는 데 거부했다며 부상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나는 법이 참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경우보다 아무것도 아닌 사건에는 몇백 만 불씩 지급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친 직원이 있었다. 그런데 눈이 와서 집 앞의 눈을 치우는 사진을 찍어 보상은커녕 복직도 되지 않았다.



10. 회사에서 고용한 사설탐정회사는 그런 것만 노려 돈을 버는 직업이니 뭐라 말 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5년 동안 그들의 감시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후 우스운 사실은 내가 회사로부터 보상금을 많이 받았는데 그렇게 되었다고 거짓말한다는 얘기 까지 들었다. 세상 사람들의 소리는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하지만 세탁소에 잠시 있다 들어와선, 밖에 앉아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한쪽 머리의 신경이 마비되어 나이가 들수록 머릿속에서 큰 소리가 난다.

교회에서도 피아노와 오르간이 같이 연주하면 머리가 아파서 힘들어 밖으로 나올 때도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더욱 힘들다.

서로 막 떠들면 나는 살며시 나와 주차장에서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내 고통은 나만이 아는 것이고 아내도 자식들도 모르는 아픔을 혼자 감수해야만 한다.

설사하니 가족들이 알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현재 나는 장애인으로서 무슨 행동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입장이라는 걸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애인으로서 해야 할 사역을 찾아야지 내 생각 내 계획대로 되나?

어리석게 시간만 낭비하고 욕심이나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포인트는? 주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뜻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잠언 14장에 보면 사람의 길과 하나님의 길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게 하나님께서는 나를 사용하시고자 하셨다.

교회 새 성전위원으로서 주님의 몸 된 교회에 봉사하게 하신 것이다.

오래전부터,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주님께서는 이 일(성전이전계획)을 이루시기 위해서 나를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하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봉사는 길거리 전도도 아니요, 간증으로 영원 구원도 아니요, 해외 선교는 더욱 아니다. 현재 교회 봉사에 지나지 않는 조그마한 일을 주셨던 것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을 나에게도 맡겨 주셨다.



11. 즉, 장애인으로서의 일인 동시에 시간을 봉헌하며, 아는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성전을 가꾸어가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성전이전관계, 건축보수문제 등 아름다운 성전으로 가꾸어 가면서 주님께 기쁨을 드리고 모든 성도님들의 안식과 쉼을 얻고, 새로운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가꾸어 가는 봉사하는 도구 말이다. 앞으로 주님께서는 다른 계획이 있으셔서 어떻게 나를 사용하실지 모르지만 그동안 교회에서 봉사할 때마다 참으로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

새로운 장소에 교회를 매입하고 입주하면서 교회 현판, 간판, 사인을 만들어서 첫 번째 헌신했다. 눈 속을 걸어서 1.5 mile 되는 메너드(Menards)에 가서 간판 부품을 사오고 (승용차에는 너무 길어서 실을 수가 없으므로) 지하실에서 며칠 걸려서 페인트(painting) 칠을 했고 서삼선 목사님과, 이준하 목사님이 함께 싸인(sign)을 승판했을 때 정말 기뻤다.

새 성전 보수 공사 중 업자(사장님)가 보이지 않아서 대리 감독하며 안전제일을 염두에 두었고 매일매일 출근하여 저녁 어두워 질 때까지 일일이 조사하고 다음날 계획을 구상하면서 하나하나 성전이 아름답게 변하여 가는 과정을 보고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항상 나는 “덤으로 사는 삶인데”하면서. 그때 당시 자동차 연료비가 매일 같이 오를 때였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아내는 하루에 한 번만 교회에 가라고 했지만, 교회 가는 길이 즐거운데 어쩌겠나.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될 것이 없고 힘이 있는데 까지 시간과 기술과 육체를 헌신하여 주님께 기쁨을 드린다는 마음가짐이다. 몇 년 전 겨울. 갑자기 춥고 폭설이 오던 날이었다.

교회 보일러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뭔가 이상이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다 생각한다. 교회로 달려 가보니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요란한 소리가 나고 교회 전체가 추위로 동파가 날 지경이었다.

남편이 보조할 분을 불렀다. 기계를 뜯어 그 눈이 많이 오는 날, 보조는 부속품을 가지고 고치거나 새로 사오기 위해 떠났다. 와야 할 시간에 눈 때문에 오지 못했다.

밤 11;00 까지 작업해서 보일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집사님 댁으로 갔다.

도로는 갑자기 퍼 붓는 눈으로 덮였다. 그때 아내는 간이식하고 한참 어려운 시기였다.

12. 나는 지치기도 했지만, 도로 사정으로 도저히 집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집사님 댁에서 자기로 했다. 그런데 아내는 몸이 아파 밤새도록 고생했다고 했다. 아침이 되어 집에 오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집안이 싸늘했다. 추운 날 우리 집 보일러가 나가 버린 것이다.

집채만한 기계를 만지고 교회 보일러는 고쳐도 정작 내 집의 작은 보일러는 고치지 못했다.

보일러 고치는 사람이 온다는데 환자인 아내는 작은 아들네로 피신을 했다.

간밤부터 집사님 댁에서 힘들던 아내는 응급실로 갔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일인가.

누구나 항상 생활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계획대로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누군가 내가 필요하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도우려 갈 것이다.

힘 있는 군대가 꼭 이기는 것도 아니고, 권투 선수가 힘이 세다고 꼭 이기는 것도 아니다.

"공부 잘 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의 형편과 사정을 다 아시는 주님!"

하나님을 믿는 성도님들은,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환난과 역경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나를 예를 들어 오래 전부터 주님께서는 주님의 도구로 사용코자 장애인으로 만들어서 이 교회에서 섬기고 봉사시키고자 계획하신 것이라 믿습니다.

저나 아내는 교회 앞을 지나는 일이 있으면 잠시 들러 구석구석을 살피곤 한다.

여러분도 삶을 뒤돌아보고 주님의 뜻을 구하시면 미래가 보입니다.

현재가 아니더라도 주님의 뜻을 이루게 하실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과 하나님의 역사 하심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과 나의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믿음의 씨앗들을 나누고 싶음에서 이글을 올립니다.

하나님이 살려 주셨는데 무슨 일이든지,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실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은 살아서 역사 하시며 사랑의 손길로 항상 우리를 지켜주심에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믿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일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신다'(롬8;28)고 말씀하셨고 또한 '시험을 당할 때 피할 길을 열어주신다'(고전10;3)고 했다. 디모데후서 4장을 잠깐 살펴보면 전도와 인생의 종말에 대해 말씀하고 계신다.



13. 만약 오늘이 나의 인생의 종말이라고 한다면 첫째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예수님은 마지막 33년의 전생을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바울은'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 지켰다'(딤후;4;7-8)고 했습니다. 저와 여러분도 생의 종말이 와도 면류관 '의의 면류관'을 받으셔야지요. 저의 건강은 기도와 격려로 모든 것이 협력하여 사랑으로 치료되어가고 있다.

저의 목숨을 살려주신 하나님께서는 앞으로 저의 건강과 앞날도 책임져 주시며 저의 갈 길을 확실히 책임져 주실 것을 믿습니다. 성경말씀 시편 1-6절 말씀에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오,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자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오, 나의 피할 바위시오, 나의 방패시오, 나의 구원의 뿔이시오, 나의 산성이시리로다.

내가 찬송 받으실 여호와께 아뢰리니 내 원수들에게서 구원을 얻으리로다.

사망의 줄이 나를 얽고 불의의 창수가 나를 두렵게 하였으며 음부의 줄이 나를 두르고 사망의 올무가 내게 이르렀도다.

내가 환난에서 여호와께 아뢰며 나의 하나님께 부르짖었더니 저가 그 전에서 내 소리를 들으심이여 그 앞에서 나의 부르짖음이 그 귀에 들렸도다.

나를 또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나를 기뻐하심으로 구원하셨도다'(시편 18;19). 아멘.

▶수상소감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어도 우리 주위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위험 속에서 사고를 당하여, 생과 사를 겪으며 살던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은 사는 것만이 눈에 보이는 직면한 문제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가 항상 고치던 기계에 의해 사고를 당했다 보니, 고통과 두려움에 처한 순간에도 이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LA를 방문하여 시상식에 참석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관계자들과 심사위원님들의 한 작품 한 작품에 대한 심사평도 감사했습니다.

칠십 년 만에 받은 트로피는 저의 삶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이셨던 분들께 다시 감사 드리며, 중앙일보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심사평

이민생활 애환은 모두 소중…작품 우열 가리기 힘들어

이민생활의 애환을 들여다보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눈물과 피 땀에 저린 소중한 작품들이기에 우열을 가린다는 것에 부담이 된다. 그래도 그 안에 스민 작품으로의 심층, 농도, 극적인 감동, 적절한 문장력, 구도 등을 기준으로 응모작을 살폈다.
조성길 씨의 ‘나의 새로운 삶’, 조정래 씨의 ‘내 삶의 여정’, 현영아 씨의 ‘증언’, 조희자 씨의 ‘나는 죽으려 했다’, 이춘상 씨의 ‘바보처럼 살아온 무명교사의 소리’ 등 다섯 편을 선상에 놓고 장고 끝에 당선작을 내지 못 한 채 가작으로 눈을 돌린다.

조정래의 ‘내 삶의 여정’ 은 재미있게 일생을 갈무리한 솜씨가 돋보이나 지나친 자서전적 완만한 수법이 시제적, 집중적 논픽션의 효력을 상실해 선외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춘상의 ‘바보처럼 살아온 무명교사의 소리’ 는 밀도있게 조리있게 무명교사의 항변을 시대감각적 조항 별로 드러냈지만 논픽션이 갖는 일관성 압축미와 연결의 미흡으로 선외로 돌렸다.

조희자의 ‘나는 죽으려 했다’ 는 충분히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수기적 타이틀을 가졌으나 ‘간이식’에 따르는 피상적 개념에 의존한 감이 없지 않아 가작으로 선정할 수 없었다.

조성길의 '나의 새로운 삶'은 서두르지 않고 흥분하지 않은 담백하고 노숙한 관조의 서술로 철판에 눌린 빈사의 기로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정신 위생학적 안목, 종교적 깊은 유대와 접목으로 새로운 삶을 향해가는 차분한 이야기들이 생의 강인한 의지와 안도로 깊은 인상을 주어 가작으로 천거했다.

현영아의 ‘증언’ 은 반소설적 반수기적 작품으로 소설 같은 우발성과 시제를 초월하여 ‘오버랩’되는 수법이 논픽션의 성격을 다소 훼손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그래도 능숙한 문장력과 민족의 수난인 6.25의 참상을 목격한 실존자로서 이를 증언하는 소명감이 돋보여 가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홍승주(소설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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