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베트남과 이라크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이 기간 베트콩들의 격렬한 게릴라 저항에 의해 미군측은 무려 22만5천여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지난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희생자가 나온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현대판 십자군(十字軍) 전쟁이었다. 미국의 요청으로 파병된 한국군도 31만2천여명이나 됐다.
파병 초기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성 때문에 장병들 대부분은 참전을 극히 꺼렸다. 그러나 파병장병들에 대한 대우가 현격히 좋아 지원자가 쇄도했다.
파병 장병 지원자 쇄도
가정형편이 극히 빈곤했던 일부는 파병 이후 가계를 일으켜세운 예도 많았다. 당시 사병 월급이 4백∼6백원, 초급장교 5천∼6천원 수준이었으나 파병장병은 이보다 3∼4배나 됐다. 자장면 한 그릇에 25원 정도 할 때다. 이 시절을 고국에서 보낸 미주지역 장노년 층에게도 아련한 추억거리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파병에서 불행하게도 우리 군은 4천9백60명이 전사했다. 부상자는 1만9백60여명이었다.
월남전을 계기로 한 미국의 전폭적 지원은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중 하나가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베트남 특수였다. 지난 1964년 GNP(1인당 국민소득) 1백3달러에서 96년 1만5백48달러로 1백배 이상이나 뛰었다.
요즈음 미국이 이라크에서 자칫 베트남 전쟁과 비슷한 수렁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후세인 지지세력의 게릴라식 테러로 전쟁 당시보다 전후 희생자가 훨씬 많아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 3월20일부터 4월14일까지 단 26일만에 끝난 이 전쟁에서 미군 1백17명, 영국군 30명이 전사했다.
그러나 지난 5월1일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 이래 미군 1백54명과 영국군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의 게릴라식 테러는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희생자는 늘어갈 추세다. 이에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부측도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지금부터” 라고 할 정도다.
제2의 전쟁 특수 일수도
이들의 테러는 폭발물 설치와 박격포·미사일 발사 외에도 차량에 폭탄을 탑재하고 돌진하는 자살테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고성능 폭발물을 직접 휴대하고 덤벼드는 ‘너죽고 나도 죽는다’ 는 막가파식 테러다.
때문에 주변의 피해자까지도 사지가 모두 분해되고 마는 끔찍한 것이다. 따라서 사고 후는 시신마저 추스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지난 8월7일 이후 최근까지 7차례 일어난 이 테러로 민간인을 포함해 1백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미군 추가 파병을 두고 미군 복무중인 한인 부모들의 속이 탄다는 소식(본보 14일자 미주판 1면)이다. 행여 사지(死地)가 될지도 모를 지역의 파병이라면 부모 심정이야 오죽하랴. 미 정규군에 복무중인 한인 수가 4천84명이나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고국에서는 이라크 파병 지원률이 3대 1을 넘을 것이라는 소식은 아이러니다. 극진 진보파들이 이라크 파병을 결사 반대하는 운동을 연일 벌이고 있는 한 편에서는 이처럼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이들에게는 매월 평균월급 외에 특별근무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사병은 평균 월급 2만4천원 외에 1천3백40달러 씩이다. 특근수당은 부사관 1천5백80여 달러, 대위 1천7백80여 달러, 중령은 2천1백40여 달러라고 한다. 한국에서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즈음 이는 대단한 대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4월 서희·제마부대 파견 당시도 지원자가 밀려 비율이 3대 1을 넘었다고 한다.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 특수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라크 재건과 기업활동에만도 1백억 달러가 걸려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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