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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한인 유권자들의 현명한 '귀'

2000년 치러진 제43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드라마틱했다. 주인공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두 후보는 당락이 걸린 플로리다 주에서 초접전을 벌였다. 그때까지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앨 고어 260, 부시 246명. 당선에 필요한 숫자는 271명, 플로리다의 선거인단 수가 25명이니 플로리다에서 이기면 당선이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판세는 99%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부시가 1700여 표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언론은 즉시 '부시당선'을 속보로 내보냈다.

그러나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0.5%에 불과해 재검표 방침이 발표됐고 속보가 정정보도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일부 신문은 아예 다음 날 프런트 페이지를 기사 대신 큼지막한 물음표로 대신하기도 했다. 재검표 논란은 소송까지 이어졌고 연방대법원까지 나선 끝에 부시 당선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플로리다의 유권자들이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인 미국 대통령이 소수의 플로리다 유권자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아마 당사자들조차 이런 상황이 전개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표'의 위력을 보여준 선거였다.



요즘 한인사회에 정치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6.3예비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이유다. 곳곳에서 한인들이 주최하는 후원모임이 열리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후원모임의 활성화는 한인사회의 정치역량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치인들과의 접촉면을 넓힘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한인사회 대한 정치인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멀게만 느껴지던 주류 정치인과의 거리감 해소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표와 후원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특히 선거철에는 더하다. 한표가, 한푼이 아쉽기 때문이다.

과거 시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의 수첩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매일 매일 소화해야 할 일정들로 빈틈이 없었다. 이런저런 행사에 후원모임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하루 소화해야 할 일정이 10여개씩 되다 보니 거의 분단위의 짜여진 일정표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정을 다 소화하느냐고 물었더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선거 출마자들도 수많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된다. 한인 후원모임이라고 해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결국 한인 유권자들의 현명한 귀가 요구된다. 그저 인사치레로 하는 발언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잘 구별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가 주요 출마자들의 인터뷰를 시리즈로 게재하는 것도 한인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일부 연방하원의원, 주지사와 주의원, 카운티 수퍼바이저, LA카운티 셰리프국장, 그리고 지역에 따라 시의원 등 생활 밀착형 공직자를 뽑는 선거다. 물론 11월 본선거에 나설 후보를 가리는 단계지만 누가 한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돈과 표만 허비하는 일이 된다.

드라마가 없는 선거는 재미가 반감된다. 그리고 선거판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의 표심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인들의 표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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