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의학의 재발견-1 부인과 질환] 예쁜 아이 원하죠? '자궁 밭' 비옥하게 하세요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열 남자보다 한 여자를 다스리기 어렵다'고 전해진다. 월경·임신·출산과 같이 생애주기별로 큰 변화를 겪는 여성의 몸은 그만큼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제2의 심장'이자 '태아의 안식처'로 불리는 자궁은 더욱 복잡·미묘하다.

최근 자궁질환의 발병률이 늘면서 여성 건강이 위협받고 있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한의학에서는 '자궁이 냉(冷)하거나 자궁에 혈(血)이 없으면 각종 질환이 나타나고 임신이 어렵다'고 해석한다.

자궁질환에 의한 난임으로 많은 여성이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마지막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원을 찾는다. 중앙일보는 현대의학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번째 주제는 '당신의 자궁 밭은 건강한가요?'다.

시험관아기 실패 끝에 임신



올해 결혼 11년차로 뒤늦게 아기를 가진 주부 이경희(가명·38)씨. 난임 탓에 고생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결혼 초기 3년간 피임을 했던 이씨 부부는 이후 2년여 동안 임신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배란을 촉진하는 '과배란유도주사'를 처방받고 수차례 '시험관아기'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에겐 여성호르몬 수치가 너무 낮아 임신 자체가 힘들 것이라며 '조기폐경' 진단이 떨어졌다. 남편은 괜찮다고 했지만, 시어머니는 "손주를 보고 싶다"며 부담을 줬다.

우울증에 빠진 이씨를 한의원에 안내한 것은 친구였다. 한의원에서는 허한 자궁을 보하고 자궁의 기능 회복을 위해 '청리자감탕'과 '조경종옥탕'을 처방했다. 반신반의하며 반 년 동안 꾸준히 탕약을 복용했다. 올 초 이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임신이었다.

배원식한의원 이종안 원장은 "여러 시도를 했지만 임신에 실패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한의원을 찾아오는 여성이 많다"며 "장부의 균형을 맞춰주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 이씨처럼 충분히 자연임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궁 관련 질환 크게 늘어

한의학에서는 자궁을 '밭'에 비유한다. 생명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공간이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밭이 비옥하면 씨앗이 잘 자라고 메마르면 농작물이 시들 듯, 자궁에 혈과 기가 풍족해야 임신이 잘된다"고 말했다. 자궁 밭의 온도·습도·영양은 여성의 건강은 물론 생명 성장의 필수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자궁 밭'이 심상치 않다. 자궁질환을 앓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궁 관련 질환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궁질환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07년 183만5323명에서 2012년 188만4958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자궁근종(자궁의 근육에 생긴 양성 종양)은 30%, 자궁내막증(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외의 다른 곳에 붙는 것)은 50% 늘었다.

자궁질환이 늘면서 불임도 덩달아 증가 추세다. 불임 진료 여성은 2008년 13만9000명에서 2012년 15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한의사들은 "자궁질환으로 자궁벽이 약해지면 착상이 어려워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스커트가 난임의 원인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자궁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궁이 찬 '자궁한증'을 꼽는다. 자궁이 차면 자궁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이경섭 병원장은 "자궁의 혈액은 여성 건강과 직결된다"며 "자궁에 모이는 혈액 양이 적거나 어혈(죽은 피)이 쌓여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냉대하·생리불순·자궁내막증 등 자궁질환에 쉽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자궁이 냉해지는 이유는 미니스커트 착용, 찬 음식 섭취 탓이다.

이유명호한의원 이유명호 원장은 "배꼽 아래에 붉은 밭이란 이름의 단전혈이 있다. 몸의 중심인 이곳에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가야 체온이 유지되는데, 이곳의 보온이 허술하면 아랫배가 차고 어혈이 뭉쳐 자궁은 물론 장의 소화능력, 허리 통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자궁의 기혈순환 돕는 게 핵심

자궁질환의 치료에서 양·한방은 명확히 구분된다. 예컨대 자궁근종의 경우 양방에서는 수술을 통해 근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최선의 치료법으로 본다. 반면에 한방에서는 자궁근종을 만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게 목표다.

침·뜸·한약으로 몸의 균형·조화를 꾀하고, 자궁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한한방부인과학회 장준복(경희의료원 한방부인과) 회장은 "호르몬제나 진통소염제를 장기적으로 투여하면 자궁이 약해질 수 있다"며 "한방은 자궁에 혹이 생기거나 자궁이 약해진 원인을 찾고 자궁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지만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방에서는 자궁적출술로 나타나는 '빈궁마마 증후군'을 경계한다. 여성성의 상실과 성욕감퇴·무기력감·우울증·요통·골다공증 등이 대표적이다. 장 회장은 "자궁을 들어냈을 때 여러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자궁적출술이 모든 경우의 정답은 아니다"며 "출혈·통증이 심하거나 악성종양이 있다면 수술을 권장하지만, 상당수는 보존요법으로도 충분히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방 치료의 핵심은 혈행 순환장애의 원인을 치료하고 뭉쳐 있는 어혈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이종안 원장은 "자궁 건강의 최선은 신선한 혈액을 많이 만들어 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라며 "항상 몸을 따듯하게 하고 기혈의 흐름이 잘 되도록 바른 자세를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평소 가벼운 산보나 요가, 목욕을 통해 기혈의 소통을 도와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 한방의 불임 치료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의 '한의약 생식건강증진과 난임치료 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2012)'에 따르면 한방의료기관의 임신 성공률은 30.6%였다. 임신 희망 환자 975명 중 296명이 임신했다. 그 중 불임환자의 임신 성공률은 25.8%로 나타났다. 인공수정·시험관아기 평균 성공률이 각각 15%, 30%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의미있는 수치로 평가된다.

오경아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