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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본 그 때 그 사건] '이한탁씨 25년 한 풀리나'

화재로 딸 잃고 졸지에 방화·살해범 몰려

무죄 입증 증언 많았지만
재판 과정서 모두 배제돼
감식 전문가 렌티니 박사
20여 년 노력 결실 눈앞


‘이한탁 사건’은 지난 1989년 7월 29일 오전 3시쯤 펜실베이니아주 먼로카운티 스트라우드 타운십에 있는 헤브론 수양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다.

퀸즈 엘름허스트에 아내와 두 딸 등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던 이씨는 당시 우울증을 겪고 있던 큰 딸 지연(당시 20세)씨의 건강을 호전시키기 위해 전날인 7월 28일 한인 교회 소유의 수양관을 찾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화재로 딸은 숨지고, 이씨는 탈출했으나 딸을 죽인 방화범으로 몰려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의 법원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씨 부녀가 수양관에 도착한 다음날 새벽 수양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씨는 갑작스런 화재에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탈출했으나 지연씨는 건물 안에 남아 있었다.

이씨는 딸을 구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으나 구하지 못하고 뒷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지연씨의 시신은 화재가 진화된 뒤 건물 뒷문으로 연결되는 복도에 무너져 있던 지붕 잔해 밑에서 발견됐다.

사고로 인한 불이라고 여겨졌던 이 사건은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방화로 둔갑했다. 검찰은 여러 전문가를 증인으로 내세워 이씨가 총 64갤런의 발화성 물질을 건물 내부에 뿌려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보통 승용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면 15~20갤런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64갤런은 매우 많은 양이다. 검찰 측 증인들은 이씨가 휘발유를 포함해 최소 3가지 발화성 물질을 섞어 건물 곳곳에 뿌렸다고 했다.

검찰이 처음부터 이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경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짐을 챙겨 나온 것 ▶잠옷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는 점 ▶옷에 기름같은 발화 물질이 묻어 있었다는 점 ▶딸이 죽었는 데도 무표정이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씨의 변호사였다. 처음 이씨 사건을 맡았던 로버트 로젠블룸 변호사는 이씨가 불을 지른게 아니라 우울증을 앓던 지연씨가 자살을 위해 불을 지른 것이라는 변론을 폈다.

사고에 의한 화재가 아닌, 처음부터 누군가 불을 지른 방화 사건으로 전개된 것이다. 로젠블룸 변호사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를 증인으로 세웠고, 배심원은 로젠블룸 변호사의 주장 대신 검찰 측의 수사에 동의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더 심각한 사실은 당시 화재가 전기누전 등 사고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증언할 수 있는 3명의 화재 전문가들이 모두 재판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로젠블룸 변호사의 요구에 따라 공판 전 이미 사건 현장 등을 조사했고, 불은 사고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가운데 디포레스트 박사는 검찰이 주장하는 방화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전기누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었다. 또 뉴욕시 소방국 방화 수사관 출신의 해롤드 두간은 검찰이 휘발유를 뿌렸다고 주장하는 9곳의 깊게 타들어간 자국은 타르로 제작된 지붕의 마감재가 녹아 떨어지면서 생긴 자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의 조사 결과는 재판에 반영되지 않았다. 로젠블룸 변호사가 증거와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이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로젠블룸 변호사는 이들 전문가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주장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기에는 애매모호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씨는 누명을 쓴 채 변론마저 제대로 받지 못한 셈이다. 이씨는 이후 변호사를 여러 차례 바꿔가며 재심과 항소를 반복했지만 “검찰의 증거를 번복할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었다.

그러다 끝내 연방 항소법원에서 "바지에 묻어 있던 것은 발화 물질로 보기 어렵다"며 20여 년간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해온 화재 감식 전문가 존 렌티니 박사의 보고서를 증거로 공식 채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항소법원은 펜주 중부지법에 ‘증거 심리’를 명령했고, 초기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한 렌티니 박사의 증언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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