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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베트남 커뮤니티 파워 어디서 오나

신승우/사회부 차장

지난 메모리얼데이 연휴 동안 먼 친척의 결혼식이 있어 샌디에이고에 다녀왔다. 한 호텔을 빌려 근사한 결혼식을 올렸는데 신랑, 신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었고 신부는 베트남계였다.

둘은 고등학교에서 만난 첫사랑이라고 했다. 신랑이 UC버클리를 다니는 동안 꽤 먼 거리를 떨어져 있었음에도 잘 이겨내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는 열매를 맺었다.

1부 순서는 한인인 신랑 측을 배려해 한인 목사님이 집례하는 결혼예배 형식으로 진행됐고 신부측인 베트남계가 진행하는 파티가 2부 순서로 이어졌다. 같은 아시안이긴 하지만 타민족의 결혼식 참석은 처음이어서 이것저것 꼼꼼히 살펴봤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예배 형식의 한인 결혼식에선 대개 알코올 음료가 제공되지 않는 데 반해 여기선 맥주와 칵테일 등이 제공됐다는 점이었다.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와 3명의 초대가수가 등장해 번갈아 가며 팝송과 베트남 전통가요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음식이 너무 천천히 나와 조금 짜증(?)도 났지만 전체적으로 흥겨운 2부 순서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한인들의 결혼식과 달랐던 점은 파티가 2시간 이상 이어졌음에도 중간에 돌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결혼 동영상 시청, 케이크 커팅 등의 순서만 지나면 자리를 뜨는 대부분 한인들의 결혼식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20대 젊은이들과 50대 이상 기성세대들이 거리낌 없이 한 공간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작은' 문화충격이었다.

베트남어를 쓰는 1세대 어른들과 영어를 쓰는 젊은 하객들도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함께 무대로 나와 춤을 추며 파티를 즐겼는데 신구세대가 어울리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았다. '감히 어디 어른들 앞에서', '젊은 사람들이 보는데 나이든 내가 어떻게'라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한인 사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베트남 커뮤니티에는 부모, 삼촌, 이모, 조카 등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보통 아시안들의 정치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민족이 베트남 커뮤니티다. 새크라멘토에서 주지사가 남가주를 방문하면 한.중.일 커뮤니티는 안 들러도 베트남 커뮤니티는 꼭 찾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곳 로컬 정치인들에게는 아시아 본국의 영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미국에서 자신들에게 한 표를 던져 줄 커뮤니티가 더 중요한 것이다.

베트남 커뮤니티는 돌아갈 조국이 없는 1세대 보트피플을 중심으로 1.5세, 2세들이 똘똘 뭉쳐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는 목소리를 크게 낸다. 이들의 정치력이 강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에 경험한 결혼식으로 미루어보면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의 벽이 낮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도 베트남 커뮤니티처럼 뭉치기 위해선 신.구 세대, 1세와 2세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계층 간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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