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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품매장 직원의 이유 있는 불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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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기사입력 2014/06/01 22:41

이성연/경제부 차장

우아한 음악이 흐르고 깔끔한 정장의 직원들이 고객을 맞는다.

"고객님, 이건 매우 비싼 가방이에요." 하얀 손장갑을 끼고 행여 상처가 날까 조심스레 '명품'을 다룬다. 꺼내 주면서 "이거 살 수 있는 능력은 돼?"라고 묻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명품매장 직원들이 보내는 무언의 눈빛에 자존심은 금이 간다. 손님이 와도 본척만척. 직원의 불친절에 자존심 상한 고객은 그 자리에서 명품 하나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은 직원이 불친절할수록 소비자의 구매율이 더 높아진다는 이색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불친절이 구매욕을 부추긴다는 말이다.

한 쇼핑객이 화장품을 사러 백화점을 찾았는데, 판매 직원의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행동이 계속되자, 이는 고가의 화장품 구입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직원의 이러한 행동과 소비자 입장을 비교 분석해 수십 건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구매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동은 상류층에 속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적 욕구 때문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한 명품 매장 직원에게 모욕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명품 매장을 찾은 그는 3만5000달러 짜리 가방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윈프리는 맨 얼굴에 머리 손질도 하지 않은 수수한 차림이었다.

하지만 윈프리를 알아보지 못한 종업원은 "여기는 당신에게 너무 비싼 가게"라며 제품 보여주기를 거부했다. 월드스타인 윈프리를 알아보지 못한 점원이 단순히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한 뒤 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문전박대한 것일까. 혹은 명품매장의 직원의 의도된 상술일까. 아니면 단순히 불친절에서 오는 행동일까.

이번 대학연구팀 조사에 대한 해석의 초점은 명품 직원이 아닌 명품을 사려는 고객의 자아에 맞춰져야 한다. 인간의 자아를 외적인 또는 비본질적인 것으로 메우려는 오늘날 세태가 문제의 핵심이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상점을 방문할 때는 가지고 있는 가방 중에 가장 비싼 핸드백으로 치장을 하고 나서야 뭔가 인정받을 것 같은 느낌은 마치 내가 '명품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다 준다.

이는 '나'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만족이 아닌, 명품이 불러 일으킨 신기루일 뿐이다. 허상 이면에는 타인에게 고평가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명품보다 나은 게 없다는 잠재의식이 작용한다. 일종의 '과시적 소비'인 셈이다.

명품이 인간을 치장할 수 있다는 사고는 '나르시즘(자기애)'적인 성향에 기반한다. 이는 거꾸로 자아의 부족을 반증한다. 이를 명품과 과도한 겉치장을 통해 '나'를 드러내는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명품의 가치를 소유하면 인간으로서의 자아적 지위가 올라가는 듯한 망상이다.

명품으로 쌓는 자존감은 기반이 약하다. 인간이 가진 것으로 증명받고 인정되는 시대 속에 오히려 인생 자체의 명품화는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우리의 인생 자체가 '명품'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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