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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샹텔, 약점을 개성으로

최주미/조인스아메리카 차장

지난 몇 주간 온라인에서는 19세 패션 모델의 사진과 동영상이 화제였다. '샹텔 브라운 영'은 피부가 탈색되는 백반증을 지닌 캐나다 출신의 모델이다. 마이클 잭슨도 앓았던 이 난치성 질환 때문에 그녀는 타고난 갈색 피부에 얼굴과 팔 다리 가슴 등 몸 곳곳이 하얗게 얼룩진 모습이다.

샹텔은 어린 시절부터 '젖소' '얼룩말'이라고 놀림받으며 성장했다. 견딜 수 없어 자살을 결심한 적도 있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면서 그녀는 "내 처지를 비관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자" 결심하고는 자신의 백반증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모델이 되어 사람들 앞에 나서기로 했다.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의상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포즈와 어우러진 그녀 몸의 하얀 반점들은 카메라 앞에서 독특한 장식처럼 신비롭게 드러났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유니크한 자신만의 패션사진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소개했고 10만명에 이르는 팔로어들의 지지와 사랑을 모았다. 최근에는 유명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아메리카스 넥스트 톱 모델'에 도전해 최고 인기 모델로 선정되며 화제와 관심의 정점에 섰다.

'남들 다 가는' 주립대에 탈락한 아이가 원망스러운 어떤 부모와, '남들만큼' 이민자로서 성공하지 못해 고통스러운 어떤 지인과,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직함 하나 가져보려 전전긍긍인 어떤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도, 나도"를 연발하며 질투의 상처를 헤집고 있던 5월 어느날, 나는 SNS담벼락을 점령한 샹텔의 놀라운 사진과 경이로운 스토리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것은 미국에 살면서도 여전히 한국적 사고와 가치관을 못 벗어나 '남들만큼' 이 아니면 뒤처진 것으로 점수 매기는 눈치보기에의 태클이었다. 또한 다른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명백한 진실에의 거룩한 선언이었다. 순위를 매기고 차이에 질시를 보내며 내 편, 우리 '꽈' 가 아니면 내치고 밀어내고 평준화된 레벨 위에서 고만고만하게 사는 게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인생이라고!

그 날 내가 더불어 깨달은 것은 피부색이나 질병이나 명성, 재산의 차이를 충족과 결여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특별히 이민자라면 우선적으로 갖출 생존의 가치관이라는 사실이었다.백인들이 세운 나라에 이주하여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며 살아가려면 그들 앞의 우리는 우열 구분이 아닌 차이와 다양성의 가치로 인정받고 납득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미국이 보유한 다양성 수용 능력에 힘입어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받고 성취도 이뤄내고 있다.

샹텔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나에게 백반증이 상관없다면 당신들에게도 상관없어야 한다. 나는 내 몸이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 않으며 백반증이 있는 피부를 사랑한다"고 즐겁게 말한다. 오히려 "사람은 검은 피부와 흰 피부를 갖고 있고 나는 둘 다 갖고 있을 뿐"이라며 통상적인 약점을 좌절의 핑계가 아닌 개성으로 반전시킨다.

사람들은 열아홉살인 소녀가 보여준 이런 성숙한 내면과 긍정의 태도에 열광했다. 그리고 평준화된 가치관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남과 다른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키워내는 방법을 온 몸으로 제시한 샹텔에게서 진짜 '모델'을 발견했다. 5월 한 달, 한 백반증 모델의 도전과 성취가 온라인을 뒤흔들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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