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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바보'라는 고백

'바보야' 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백사십팔 안되거나/백사십팔 넘기거나/무릎 검은 멍 문신/발뒤꿈치 쫓아오는/감출 수 없는 실수 수렁 발자국들/모두 거기가 거기인 바보 합창단/입 열고 있는데 마음엔 빗장쇠 걸려있네" 라고요.

'148'이 무슨 숫자일까요. 독일의 심리학자 슈테른에 의해 제안된 지능지수 입니다.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멘사(mensa) 회원은 'IQ 148' 이상만 가입할 수가 있지요. 상위 2%에 드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멘사는 라틴어로 '둥근 탁자'를 말합니다. 나이, 정치적 견해, 인종, 종교를 초월한 모임이라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라지요. 역사적으로 천재 1위는 괴테, 다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사후세계의 저술을 많이 남긴 스웨덴의 엠마누엘 스베덴보리 순으로 되어있고 프랑스 소설가 스타르 부인이 IQ 180으로 10위이며, 아인슈타인은 IQ 160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이 숫자들은 그들이 살아온 삶과 업적을 보고 추정한 숫자입니다.



그럼 이들은 머리가 좋아 실수 없이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며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천재들도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가슴속에 가시나무 틀고 움직일 때마다 아파하며 살다 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IQ 250 은 되어야 세상 이치를 좀 알게 되지 않을까요. IQ 갖고 이해가 안 되니, EQ(감정과 느낌을 조절하는 능력), SQ(사회적 적응력), MQ(도덕지수), CQ(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능력), AQ(유추능력) 등을 억지로 만들어 사람을 숫자로 측정하려하지만 무리입니다. 꿈틀 거리고 퍼덕이는 세상 속에 살면서 정지된 차가운 잣대로 사람을 측정하려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지요.

세상이 혼탁한 이유 첫째는 사람들이 자신은 어리석지 않다고 생각함에서 오고, 다음은 세상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얄팍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데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그 어리석음을 모르고 따르는 어리석은 사람의 우매함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온갖 실수를 하며 고난을 자초하며 살아가는 바보들이, 여러 소리를 내니 바보들의 합창단인 셈입니다. 자기 입맛 데로 편곡된 악보를 보고 바보 지휘자의 지휘봉 아래 바보 합창단원들이 입을 벌리면서 진정성 없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향기 피어나는 화음이 나오질 못합니다. 사랑과 자비의 악보를 보며 마음속에서는 미움, 시기, 혼란의 부글거리는 거품이 가시질 않는 것이지요.

김수환 추기경은 자기 자화상 '바보야'를 그리며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라고 고백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거기가 거기인 바보들이라는 엄중한 메시지이지요.

자신이 바보라는 것을 깨우친 사람은 자기 부족함을 알기에 말, 생각, 행동을 조심하며 살아가니 더 이상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데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바보로 살 것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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