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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오바마 대통령은 잘 하고 있나

오바마 대통령은 말을 잘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일 때가 많다. 엊그제 아프간에서 붙잡힌 미군 병사 한 명을 수감 중인 탈레반 지도자 5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구출했다는 발표를 할 때도 그랬다. "전장엔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나오지 않는다는 미국의 변치 않는 의무를 재확인한 것일 뿐이다."

이런 한 마디가 국민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핀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자체로 역사다. 미국의 흐름을 바꾼 첫 소수계 출신 대통령이어서다. 그의 인생 스토리 또한 감동의 드라마다. 출생에서부터 백악관 주인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담대한 도전과 용기 있는 결단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그의 인기는 바닥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의 지난 3월 조사에서 지지율은 41%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의 43%보다 더 내려간, 집권 이후 최저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증시 상승과 각종 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 회복이라는 좀 더 확실한 열매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중동 아시아 우크라이나 등 외교에서도 러시아 중국에 밀리면서 미국의 체면을 구겼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강력한 리더십 구현의 실패로 지지층과 반대층 모두의 불만을 산 것이다.



대중은 인내심이 없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한다 싶으면 돌아선다. 거기에 사사건건 흠집내기에 혈안이 된 보수 기득권층의 견제와 발목잡기는 또 얼마나 집요했던가.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역사적 평가까지 바닥일 것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정치란 현실 절충이고 타협이다. 하지만 때론 대의와 명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정치다. 가진 자보다는 못가진 자, 힘 있는 자보다는 없는 자, 다수보다는 소수의 편에 서는 것이 옳은 정치이고 정당성 싸움에서도 늘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역사가 일러주는 교훈이다.

오바마의 여러 정책들이 그렇다. 온갖 저항에 부딪치며 누더기가 될 정도로 뜯어 고쳐졌지만 의료개혁, 이민개혁은 미국 사회의 시대적 요청이다. 최저임금 인상, 소수자 권익 신장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당장의 인기 유무만으로 그를 평가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분투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한가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난 주 미 육사 졸업식 연설에서 대외정책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자기모순 4가지를 지적한 것이다. 4가지란 국제 해양법 외면과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무관심,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 억류 상황, 그리고 여전히 세계를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시민을 사찰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는 모두 미국의 가치와 법률 전통에 맞지 않는다며 반성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전쟁이 아닌 외교력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며 미국 외교정책의 대전환을 천명했다.

미국이 21세기에도 계속 수퍼파워로 남을 것인가 하는 것은 세계인의 관심사다. 하지만 그런 위상은 더 이상 무력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미국 빼고는 세계가 다 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마침내 미국도 그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대통령의 반성은 세계 각국의 반미 감정의 원인이 되고 있는 ‘오만한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런 것만으로도 오바마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인 링컨도 재임 당시엔 노예해방에 따른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링컨은 당대의 인기보다는 시대정신과 역사를 볼 수 있었기에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었다. 과연 오바마도 그럴 수 있을까. 훌륭한 지도자는 그를 알아보는 국민들의 기다림 속에서 만들어진다는데….


이종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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