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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존스 목사와 버그달 병장의 아버지

김 완 신/논설실장

코란 소각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테리 존스 목사가 오는 14일 '성조기의 날'을 맞아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를 따르는 45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반이슬람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다.

존스는 2011년과 2012년, 코란을 태워 이슬람의 분노와 서방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2998권(9.11테러의 희생자 추정치)의 코란에 기름을 붓고 태우다 체포됐다. 코란 소각은 즉각적으로 폭력을 동반한 반기독교.반미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2011년 3월 아프간 북부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서방국적의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슬람 무장단체는 그의 목에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이슬람 세계에서 코란은 신성과 경외의 상징이다. 아랍어 외의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은 정식 경전으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더러운 손으로 코란을 만져서도 안 된다.

코란을 태우는 것은 무슬림에게 줄 수 있는 최악의 모욕이며 이슬람에 대한 도전이다.



그가 디어본을 집회 장소로 택한 이유는 북미 최대 아랍인 거주지역이기 때문이다. 전체인구 10만 중 4만명이 중동계다. 집회가 열리는 '아메리칸이슬람센터'는 미국내 사원 중 최대 규모다.

존스는 평소 이슬람과 서방사회는 공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 2012년에 이어 2016년 대선에도 일찌감치 '미국 독립당' 대통령 후보로 자천해 이름을 올렸다.

그의 극단적인 성향은 정치인은 물론 기독인조차 반대하고 있다. 잭 오라일리 디어본 시장도 "존스는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자신과 동조자들의 그릇된 편견을 홍보하고 있다"며 비난한다.

존스의 반이슬람 시위 계획이 발표되기 전, 지난 31일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5년간 체포돼 있던 보 버그달 병장이 석방됐다. 형식적으로는 쿠바 관타나모에 수감된 5명의 탈레반 지도자와 맞바꾸는 형식이었지만 보 병장 아버지의 숨은 헌신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아버지 로버트 버그달의 노력은 눈물겹다. 아들의 석방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언어인 파슈툰어를 배우고 아프간 인근의 문화와 역사도 공부했다. 수년간 자식이 억류돼 있지만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이슬람 전통에 대한 존중을 표시했다. 심지어 이슬람의 관습인 순나에 따라 턱수염을 기르고 무슬림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단순히 탈레반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 행동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이다호주와 아프가니스탄은 공통점이 많다며 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보 버그달 병장의 포로 교환에 대해 반대의견도 있지만 탈레반의 마음을 움직인 아버지의 노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종교는 절대성을 속성으로 하기 때문에 신념과 주장이 강렬하다. 종교적 신념을 탓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배타성이다. 배타성은 이성을 넘어 맹종을 만든다. 존스는 다수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소수 추종자들의 소리만 듣고 있다. 코란 소각 등의 가장 저급하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무슬림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디어본 집회 날짜도 '성조기의 날'로 정해 근거없는 애국심을 부추기면서 정치 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다. 성조기의 날을 택해 개인차원의 소수집회를 국가와 연관시키려는 의도다.

존스 목사의 집회나 탈레반 문제의 근저에는 종교적 문제가 자리한다. 종교간 싸움은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모든 악행이 용서되고 정당화되기 때문에 치열할 수밖에 없다. 아랍과 서방권의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화해는 공존의 결실을 맺지만 반목은 분쟁의 씨를 만든다. 이는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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