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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세월호 선장과 '스타목사'의 닮은 꼴

[LA중앙일보] 발행 2014/06/0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4/06/04 19:44

장열/기획특집부 기자·종교담당

#.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 배가 기우는 상황에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전한 메시지다. 내용만 잘라서 보면 이상한 말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침착하자"로 이해될 수 있다. 문구만 보면 '맞는 말'이다.

가정해보자. 사태 판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탈출하라"고 말했다간 수백 명이 순식간에 아비규환 상태가 됐을 수 있다. 더욱이 정신이상자가 아닌 이상 일부러 승객을 죽이려고 그런 메시지를 전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맞는 말'이 꼭 '옳은 말'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백 명의 생명이 안타깝게 수장되지 않았나.

선장과 선원들은 메시지를 전달한 뒤 승객을 놔둔 채 먼저 탈출해버렸다. 천인공노할 노릇이다. 나름 '맞는 말'인 줄 알고 외쳤던 메시지가, 결국 '옳은 말'이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그러한 행위 이면에는 "나만 살면 돼"라는 극도의 이기심이 존재한다. 개인의 이기는 타인의 생명마저 외면할 수 있는 무의식 속의 '악'이다.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엄중하다. 그들은 현재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법률상 선장 및 기관장 등은 위험시 승객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검찰은 이들의 행위가 의무를 저버린 '미필적 고의'라 판단했다. 본인의 행동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고의로 행한 것을 의미한다. 즉, 이번 사건은 '살인 행위'의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

#. 개신교는 본질상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종교다. 궁극적으로 예수를 통한 구원을 추구한다. 생명의 핵심 개념이 육신은 물론 영혼과 동일시되는 이유다. 이슬람이 '코란'이라면 개신교는 전적으로 '성경'을 기준 삼는다. 성경에선 생명의 소중함을 천하를 얻는 것보다 중히 여긴다. 그만큼 영혼을 가치있고 귀중하게 다루는 직책이 목사다.

목회자들은 '맞는 말'을 잘한다. 설교 문장을 각기 떼어 보면 특별하게 이상한 말은 없다. 그렇다고 '맞는 말'이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니다. 성경이 본질적으로 의미하는 생명을 살릴 수 없다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옳은 것은 아니다. 목회자 역시 의도적으로 교인의 영혼을 죽이려고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닐 테다. 다만 '맞는 말'인 줄 알고 외치는 메시지가 정말로 '옳은 말'인지는 매번 돌아봐야 한다. 영혼의 생사가 달린 일 아닌가.

요즘은 "나만 살면 돼"라는 목회자가 많다. 오늘날 교회는 점점 기울어 가는데 목사들은 수억 원의 연봉, 고급 승용차 등 각종 대접과 권위에 익숙해졌다. 그러한 이기적 행태는 생명 구원에 대한 다급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그들이 부귀영화에 물드는 사이, 순진한 교인들은 믿음만 부여잡고 움직이지 않은 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회자는 옳은 말을 외치지 못했을 때 초래할 결과를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다. 미필적 고의와 같다. 그건 '살인 행위'와도 다름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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