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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온 우주가 한 끼 밥상을 차린다

색은 빛의 고통이다".

색채에 대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비상한 시적 통찰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색깔을 빛의 행위이자 산고와 같은 고통의 산물로 표현한 것이다. 무수한 사물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빛깔과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은 빛의 수고와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것을 사물에 대한 빛의 시은이라 해도 되겠다.

그러나 달리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모든 사물들은 각자 온몸으로 빛의 영광을 다양한 빛깔로 드러나게 하는 질료가 된다. 빛에 대한 사물의 헌신이다. 결국, 빛과 사물은 서로 의지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상의상관적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연계와 우주의 속살을 헤쳐 본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우주는 서로 연결된 생명의 그물망이며 개별적 존재는 우주의 세포로서, 저마다 제 빛으로 빛나는 동시에 저마다 머금은 빛을 서로 비춰주며 상생하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이며 전일적 통합체라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하나의 사물은 또 다른 것에 의해 유지된다"는 불교의 명제는 분명 보편타당한 진리이다.

그것은 연기(緣起)법이다. 연기는 불변의 실체가 있어 홀로 성립되는 것은 없으며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된다는 법칙이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의 정신작용(내적 연기) 그리고 우주(외적 연기)는 상호 연기적 존재라는 의미다.

사실 불교에서 주창하는 것은 인간의 고통과 관련된 내적 연기이지만, 여기서 거론되는 것은 연기법을 거시적으로 확장시켜 세계를 해석한 외적 연기이다. 외적 연기는 우주의 모든 존재는 종횡으로 또는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으로 '거듭 거듭 다함 없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 조화와 융합으로 장엄 된 화엄의 세계를 상징하는 언표가, 바로 아름다운 한 송이 꽃, '세계 일화'이다.

생각건대 지금 더불어 사는 나와 너, 자연은 우주의 시발이라는 빅뱅(대폭발) 이후 약 138억 년 동안, 수많은 인연들의 이합집산에 따른 결과이다. 그러기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어야 했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어야 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때마다 대하는 영원한 '생명의 인프라'인 한 끼의 밥상을 위해서도 온 우주가 참여한다. 그리하여 불교를 '하는' 이들은 이다지도 망극한 밥상 앞에서 두 손을 모은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내 덕행으로 받기에 부끄럽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들어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깃들어 있으니/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모름지기 우리는 누군가에게 신세지며 살고 있다. 마음의 눈을 열면, 그것은 우주에서 스며난 자비이며 그로부터 우러난 무한은혜임을 깨닫는다.

참으로 범사에 감사할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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