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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은퇴 후 최고의 소일거리

이 종 호/논설위원

한국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4.6세, 세계 8위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 통계다. 1위는 87세의 일본이다. 스페인-스위스-싱가포르가 85.1세 전후로 2-3-4위다. 남자 최장수국은 81세의 아이슬란드다.

스위스-호주-이스라엘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남성은 78세. 톱10엔 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불과 14년 만에 10년이나 늘었다. 100세 시대가 정말 눈앞에 왔다.

그러나 장수가 과연 축복이기만 할까. 은퇴를 하고도 20~3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시대, 노년 삶의 질은 결국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달렸다. 이와 관련, 답이 될 만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최근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가진 두 사람 이야기다.

김평식씨. 올해 74세다. 등산여행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어디든 다녀오면 꼭 그것을 기록해 신문에 소개한다. 아무렇게나 쓰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공부하고 자료 찾고 열심히 사람도 만난다. 호기심은 기본이다. 그러기를 10년. 전문가가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올 봄 출간된 '여기가 진짜 미국이다'(포북)는 그렇게 써 온 숨은 명소 중 100곳을 추려 다시 정리한 것이다.



또 한 사람, 67세 이보영씨다. 은퇴 후 봉사활동과 합창 단원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3년 전부터는 글도 쓰기 시작했다. 한진그룹 31년 근무 경험을 살린 항공, 선박 등에 관한 글이다. 그렇게 매달 신문에 보냈고 그것을 다듬고 살을 보태 책으로 엮었다. 제목은 '삶의 징검다리(대한기독교서회).' '재미와 유익 뒤에 채우고 비우는 신실한 신앙인의 자세가 샘솟는' 글이라는 평을 들었다.

"글쓰기, 힘듭니다. 그래도 이만한 삶의 활력소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째서 그럴까. 답은 분명하다. 구체적인 생활의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는 삶은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긴장감도 떨어지고 그날이 그날 같다. 하지만 꼭 해야겠다는 일이 생기면 달라진다. 머리는 긴장하고 몸도 마음도 팽팽해진다. 건강 비법, 젊음 유지 비결, 그만한 것이 없다.

"쓰고는 싶어요. 그런데 경험도 없고 머리도 안돌아가고…." 글 좀 쓰라면 대개 이렇게 대답한다. 처음엔 엄두가 안 나는 것, 당연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까. 위 두 사람도 처음부터 글 쓰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그리고 노력했다. 마음을 열고 조언과 비평에도 귀를 귀울였다.

예술가는 타고 나지만 글쓰기는 연습이다. 관심을 가지면 좋은 글이 보이고 나도 그렇게 써보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 무엇이 두려운가. 좋은 글 있으면 따라 써 보고, 멋진 표현 만나면 모방도 해 보며 그렇게 시작하는 거다. 신문에 안 실리면 어떤가. 책을 안 내면 또 어떤가. 블로그, 카톡, 혹은 일기장. 쓸 곳은 널렸다. 남의 좋은 글 퍼 나르는 것도 좋지만 때론 내 생각, 내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신나는 일 아닌가.

나이는 핑계일 뿐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마흔 살에 문단에 나왔다. 노인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친절한 복희씨'도 77세에 낸 소설집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82세에 '파우스트'를 완성했고 러시아의 보물 톨스토이는 70이 넘어 '부활'을 내놓았다. 모아둔 장례비로 98세에 '약해지지 마'라는 히트 시집을 낸 일본 할머니도 있다. 한국에선 요즘 신춘문예 도전자 중 상당수가 50~60대라고 한다. 하긴 지난 봄 끝난 미주 중앙신인문학상도 그랬다. 요즘 신문사에 독자 투고 보내오는 분들 역시 50~60대가 태반이다. 그들이야말로 무엇이 노년 행복인지 좀 아는 분들이다.

은퇴 후 최고의 소일거리, 돈 안 들고 재미있고 건강에도 좋은 일, 2014년 현재까지 인류가 찾아낸 것 중 아직은 글쓰기만한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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