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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가까이

김동민의 클래식TALK

최근 한국 jtbc방송에서 방영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던 '밀회'라는 드라마는 좋게 말하자면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 좀 냉정하게 말한다면 막장이다. ‘내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봄직한 일탈, 혹은 대리만족을 행여나 들킬세라, 불륜을 미화하는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좋게만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비록 고개 끄덕이면서 둘의 사랑을 속으로 응원한다고 할지라도… 피 끓는 청년과 중년으로 접어든 여인의 격정적 사랑, 가진자들의 비리와 한국 음악계의 부끄러운 맨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파격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었다. 두 주인공들의 실감났던 연주(?)도 놀라왔지만 이를 뒷받침했던 제작진의 노력도 남달랐다. 일반 드라마에서는 잘 볼 수 없던 과감한 카메라 액션도 그렇고, 별다른 연기적 요소 없이 음악 자체의 힘으로만 극을 끌고 나가는 부분을 과감하게 시도했던 점도 돋보였다. 연기 경험이 전무했을 현직 피아니스트 박종훈에게 카메오가 아닌 실제 배역을 맡김으로써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좁혀갔던 시도 역시 드라마를 통해 소개되었던 바로 그 신인 연기자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극 중 천재로 몇 차례 언급되었던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검색해보았는데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는 글들이 적지 않았다. 이미 젊은 거장으로 알려진 천재 피아니스트의 존재감을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각인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밀회의 수혜자 중 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이 드라마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속시원히 고발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테다. 혹은 두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관계와 일부 상류층의 삶이 어떨 지 엿보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작품을 통해 소개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음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이야기 할 때 성질 고약한 유명한 지휘자와 실력보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마이너리그 오케스트라와의 인연을 그렸던 '베토벤 바이러스'를 빼놓을 수 없다. 밀회의 ‘특급칭찬’만큼이나 수많은 유행어와 실제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콘서트 장면, 그리고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 피아니스트 서혜경 등과 같은 이름난 스타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주인공 강마에 역을 맡았던 김명민은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고, 덕택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당시 서울의 한 유명 공연장에서는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비슷한 모델의 실내악단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 때문에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해야 했다고 한다. 강마에의 존재감 때문이었을까, 지원자들 가운데는 자신이 지휘자를 하겠다는 지원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이 자랑하는 대표 작가이다. 대중들의 입맛에만 집착한다는 소리도 있지만,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그야말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을 접해보았다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악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하루키는 등단하기 전에 재즈 카페를 직접 운영했던 경험이 있고, 그래서인지 클래식과 재즈에 대한 그의 해박함과 애정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단순히 음악 자체만을 언급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특정 연주자와 음반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는데, 매니아 독자들을 중심으로 작품에 소개된 음악들을 정리한 ‘하루키 리스트’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들 속에 등장했던 곡들로만 연주되는 콘서트와 강연회가 열릴 정도이다.

2010년에 5년만에 출간한 장편소설 'IQ84'에 등장한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출간된 이후 일본에서는 덩달아 야나체크의 음반까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2000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전까지는 1년에 10장도 팔리지 않았던 음반이다.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고무적이다. 그건 그냥 ‘밀회’나 ‘하루키 효과’라 말하더라도 굳이 따질 생각은 없다. 설사 그렇다한들 뭐 어떤가? 재즈도 좋고 트로트도 좋다. 음악, 지금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면 마음을 열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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