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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주의산만증에 맞선 아버지

[LA중앙일보] 발행 2014/06/11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4/06/10 19:54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딸들이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요." 53세의 백인 남성이 찾아왔다. 응급이 아닌 상태에서 말이다. 워낙 소아 및 청소년 정신과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에 나는 성인환자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A라는 이 중년 남성은 내가 치료하는 두 명 대학생의 아버지였다. 그는 두 딸이 모두 UC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딸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주의산만증세가 아빠에게도 있는 듯하니 치료를 받으시라"며 오랫동안 권했다고 한다.

평소엔 사랑이 많고 위트가 있는 아버지이지만 싫어하는 서류나 세금 관계의 일은 질질 끌며 미루다가 마지막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순간에야 할 수 없이 하고 매사에 생각하기 전에 행동부터 앞선다.

원래 A는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저보고 서류정리를 하라면 하루도 못버텼을 겁니다." 그는 쇠를 녹이는 선반공으로 이름을 날렸단다. 무섭게 한 곳에 집중하는 성격 때문에 오히려 힘이 들고 섬세한 일은 그에게로 왔었다. 잘나가던 그가 갑자기 힘들어진 것은 1년 전 오토바이 사고 때문이었다. 양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으니 직장은 물론, 다른 외부 세계와도 단절이 되어 버렸다.

그는 주의산만 증세를 이겨나가는 방법을 인생 경험을 통해 배운 듯했다. 예를 들면 그는 하루의 시간을 철저하게 계획해 늘 생기있고 재미있게 살았다. 무언가 흥미있는 사건이나 일이 있으면 전두엽에서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고 따라서 주의집중도 잘 되니, 그것을 그만두기가 어렵다. 비디오 게임이 좋은 예이다.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할 때도 흥분되어 몸에서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등 많은 뇌전파 물질들이 생성된다. 그러니 게임이 그 몇 배로 즐거워 질 수밖에.

그러나 이런 시간을 메울 계획이 없다면 그 때는 주위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 술 또는 다른 마약을 시험해 보거나 어른일 경우 친구를 따라서 도박장에 가기 쉽다. 그리고 남들보다 더 흥분하고 즐거워하다 보니 도파민이 더욱 더 쏟아져 나오고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며 그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된다.

A는 이런 것을 미리 생각하고서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집안에 1년간 있어 보니, 너무 무료한데 책을 읽기에는 너무나 주의집중이 어려웠단다. 앞으로는 몸이 부실해져서 선반공 일을 못할테니 다른 공부를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를 격려하면서 나와의 약속을 잡아준 것이 딸들이란다. "아빠, 우리가 갖고 태어난 이 증상이 비록 집안의 유전이라고 해도 우린 치료를 받으면서 이겨냈어요. 그러니 아빠도 닥터를 찾아가 보세요."

아무리 딸들의 말이 었었더라도 50대 중반의 나이에 더구나 다친 다리를 절룩이면서 나를 찾아온 신사도 딸들에 못지않은 기개를 보였다. 약을 복용해서라도 새로운 공부를 해보려는 그의 의욕에 넘친 눈동자가 빛난다. 어디선가 그런 아빠 소식을 듣고 아빠 만세를 외칠 나의 두 대학생 환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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