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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아기돼지 삼형제와 돼지 삼겹살

가까운 친지 몇 분을 집으로 초대했다. 점심 때 참숯 피워 돼지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 싶었다. 텃밭에서 상추랑 겨자채랑 뜯어서 씻고, 쌀도 불려 놓고, 김치찜까지 해놓고선 기다렸다. 손님들이 도착하자 달궈진 참숯 위에 두툼하게 썰어놓은 삼겹살을 올렸다. 치지직-. 고소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짓궂게 누군가 농담을 했다. '아하, 동물 살 타는 냄새구나.' 돼지는 동물이고, 삼겹살은 살이고, 불 위에 올렸으니 타는 것도 맞고. 말은 맞지만 좀 잔인하다.

몇 년 전이던가. 강원도 어딘가에서 '우리 입에 들어갈 쇠고기,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먹자'며 한우 축제를 했다. 그런데 이 축제 홍보 동영상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과 함께 푸른 동산에서, 우리가 먹을 소와 함께 뛰놀고, 송아지를 직접 만져도 보며 휴일을 맘껏 즐기세요. 가시기 전에 푸른 초원에서 맘껏 뛰놀며 자란 쇠고기를, 자녀와 함께 직접 맛도 보시고요'이었던 것 같다.

위의 설명과 함께 등장하는 화면. 남녀 초등학생 네댓 명이 부모님 손을 잡고 깊은 눈망울에다 속눈썹도 긴 어미 소를, 마주 바라보고 쓰다듬고, 엄마소 옆에 붙어있는 송아지를 보고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쓰다듬고 웃고 뛰노는 장면. 곧이어 지글지글 불판 위에 쇠고기를 올리고 익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서로에게 먹여주고 쳐다보고 맛있어 죽겠다는 듯이 오물거리며 오순도순 얘기하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때 궁금한 게 있었다. 쇠고기를 오물거리며 엄마랑 아빠랑 아이들이 과연 무슨 얘기를 했을까.

'엄마, 이 고기가 우리들이 아까 본, 그 소랑 같은 거지?' '그럼 맞지. 아까 네가 보고 만지고 쓰다듬고 한 것과 같이, 자유롭게 뛰놀며 사랑받고 자랐기 때문에, 이렇게 씹는 식감도 좋고 육즙이 살아있는 거야'라 했을까.



삼겹살 집 간판에서도 귀여운 아기돼지가 등장한다. 남녀 한복을 앙증맞게 입은 돼지 두 마리가 윙크를 하며 엄지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운 그림. '어서 오세요. 제 살을 구우면 맛이 끝내줍니다'라는 의미인가.

TV에서 맛집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장면 하나. 살겠다고 도망치는 낙지를 손으로 잡아 끓는 해물탕 냄비에 다시 집어넣는 장면. 언젠가는, 같이 온 어린아이가 도망치는 낙지를 손으로 잡아 탕 안에 집어넣는 걸 본 적도 있다. 일행들은 박수치고 난리다. 우리 아이 장하단다.

여름이 되면 손으로 물고기 (때려)잡는 대회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살겠다고 도망치는 물고기를 손으로 움켜쥐기도 하고, 한 옆에서는 방금 잡은 물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기도 한다.

식재료로 여기고 먹어온 소·돼지·물고기. 이것들을 아이들에게, 파득거리며 살아있는 걸 떠올리며 입에 넣게 하는 것이 교육상 문제는 없는 걸까. 소만 보면 '음, 꽃등심 맛있겠다' 군침 흘리는 아이나, 팔딱거리는 생명체만 보면 뜨거운 물에 퐁당 넣고 싶어 하는 아이가 생겨나면 어쩌나. 생명 경시 풍조를 키워주는 건 아닌가.

월드컵 시즌이다. '치맥' 시켜놓고 응원하기 딱 좋은 때다. 치킨을 먹으며 난 결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떠올리지는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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