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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잊혀질 권리' 를 주세요

최주미 / 조인스아메리카 차장

그런 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 수십년 만에 메신저 채팅방에서 만난 동기 동창들은 어머, 어머 소리를 연발했다. 나 역시 기억의 회로 속에 제각각 파묻어둔 해묵은 스냅샷이 하나씩 둘씩 꺼내어질 때마다 예기치 못한 기억의 역습에 놀라고 감탄하며 추억어린 감회에 젖었다.

친구들 기억 속의 풍경들은 대개 반가운 추억이고 고마운 기억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당혹스러웠고 어떤 기억은 오해였으며 몇몇 친구들이 뜻밖의 기억을 취합하여 공공연한 사실로 판결내는 순간에는 당황을 넘어 불쾌감조차 슬쩍 일었다. 친구들은 '내가 아는 나' 만큼이나 나도 모르는 나, 잊고 싶은 나를 기억하며 불러냈다.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의 현장에 시간 여행자로 끌려가며 나는 나지막히 중얼댔다. "잊혀질 권리가 필요해..."

최근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논란이 거세다. 구글에 자기 이름을 검색해본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검색 페이지에 과거 자신의 빚 문제와 재산 강제 매각 사실이 담긴 신문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삭제 요청을 했으나 구글이 거부하자 재판을 걸었다. 수년간의 공방 끝에 유럽 사법재판소는 지난 달, '사용자는 인터넷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 정보의 링크를 삭제할 권리를 갖고 있다' 고 판결하여 잊혀질 권리를 처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지난달 30일부터 유럽연합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원치않는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도록 웹 페이지를 개설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도 13일, 자사 검색 사이트 '빙'에서 사용자가 본인의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향후 야후 같은 여타 검색 사이트를 비롯,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서비스의 추이가 주목되고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서의 권리 보호 문제도 계속 이슈로 불거질 추세다.



한시적이고 가변적인 인간의 기억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망각의 축복'을 기대할 수 없다. 종이에 저장된 정보와는 달리 쉽게 복제되고 저장되어 무한히 유포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에서의 개인 정보는 찾아서 제거하지 않는 한 인터넷을 떠돌다가 어느 순간 내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도 있기에 문제다. 따라서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록 자체의 삭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기록의 존재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효과, 나아가 '존재하는 기억을 되짚어 볼 의지' 마저 삭제하는 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교수는 '잊혀질 권리' 라는 책에서 새로 생성되는 정보에 '정보 만료일' 을 부여하여 일정 기간 동안만 정보 유통을 허용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더불어 디지털 정보 저장 기기들에 정보 만료일을 지원하는 코드를 넣고 사용자들이 정보를 저장할 때 만료일 정보를 입력하여 자동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너 나한테 근사한 저녁 한번 사겠다고 했지? 내일 어때?" "내가 언제? 점심 한끼 먹자 그랬지."

이윽고 "고마웠어. 언제 저녁 먹자. 먹고 싶은 거 뭐든 살게."
말풍선에 날짜와 시간까지 고스란히 찍힌 메신저 캡처 화면이 득달같이 날아왔다. 이제부턴 나도 메시지 확인 후 10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대화며 사진이며를 지워준다는 스냅챗(Snapchat)이나 돈톡(DonTalk)을 써야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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