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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난 홍명보 스타일이 좋다

이종호/논설위원

그래도 월드컵이다. 시큰둥할 것만 같던 잔치가 초반부터 화끈한 명승부가 이어지면서 점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진원지는 브라질. 한국으로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8번째 연속 본선 진출이다. 8회 이상 본선에 연속 진출한 나라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5개국뿐.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밥 먹듯 하는 나라들이다. 2002년 빼고는 늘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아닌가.

돌아보면 80년대 이전만 해도 월드컵은 본선 진출 그 자체가 우리에겐 꿈이었다. 지금도 기억 난다. 70년대 초 흑백 TV앞에 온 동네 사람 다 모여 앉아 한국팀을 응원하던 시절, 이스라엘과의 예선 최종전, 차범근 선수의 연장 결승골 한 방에 전 국민이 질러댔던 그 함성, 그 환호. 하지만 호주의 벽에 부딪쳐 끝내 1974년 서독 월드컵 본선 문턱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던 그 안타까움….

그러기를 또 몇 차례. 마침내 1986년에야 월드컵 문은 다시 열렸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한 회도 쉬지 않고 본선에 나가는 나라가 됐다. '꿈'이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2002년, 기적 같은 4강에도 올라봤다. 개최국의 이점도 있었다지만 그렇다고 그게 운만 좋다고 되는 일이었을까.

펠레와 함께 브라질의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로 기억되는 선수가 있다. 작은 새라는 별명의 가린샤(1933~1983)다. 그는 6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 후유증으로 양쪽 다리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휘어졌다. 양쪽 다리 길이도 6cm나 차이가 났다. 보조기구 없이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걸었다. 아니 뛰었다. 축구를 좋아했고 축구에 미쳐(?)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대표가 됐고 1958년 스웨덴 월드컵,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 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한 개인에게 꿈이란 이처럼 열정과 도전, 땀과 몰입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집단의 꿈도 마찬가지다. 2002년 월드컵이 그 증거다. 한국이 4강까지 올라갈 줄 어느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그러나 꿈은 이루어졌다. 거기엔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고 땀과 열정으로 뭉친 선수들이 있었다. 몰입의 힘을 일깨워 준 히딩크라는 특별한 리더도 빼놓을 수 없다. 꿈을 향한 염원에 땀과 열정이 더해지면 운까지 따르는 법. 그러니 그때는 하늘도 도왔다고 할 밖에.

그러나 이번엔 많이 다른 것 같다. 사회 분위기 탓이긴 하지만 당장 이전 같은 간절한 염원들이 없으니 좋은 성적 기대는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불안한 평가전을 보면서 16강은 어렵지 않을까하는 전망도 많다. 그것도 모자라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서까지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쏟아진다. 그래도 이것은 도리가 아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축구로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던 감독이다. 그때는 그가 마치 한국 축구의 중흥기를 가져올 듯 열광한 우리가 아니었던가.

당시 홍명보 감독의 전술은 조직력도 기술력도 아닌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믿음으로 선수들을 지켜봤고 믿음으로 상대의 골문을 열었다. 그게 홍명보 스타일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좀 더 기다려보자. 공은 둥글다. 어디로 굴러갈지 모른다. 이기면 좋고, 원하는 성적을 못 거둔다 한들 최선을 다했다면 그 또한 어떠랴.

어쨌든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한국팀 성적이다. 그렇다고 월드컵 묘미가 그것만은 아닐 터. 쟁쟁한 스타들의 활약과 우승컵의 향방을 추적해 보는 것도 흥밋거리다. 좀 더 들어가 가린샤 같은 감동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도 4년마다 누려보는 월드컵 재미일 것이다. 모쪼록 이번 월드컵이 우리 모두에게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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