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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미국 공무원 vs 한국 공무원

김완신/논설실장

연방공무원에서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30세 미만의 연방공무원이 전체의 7%에 불과해 8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반 사기업의 30세 미만 직원 비율인 2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1975년에는 30세 미만 공무원이 전체의 20%를 차지했었다.

대학 졸업자에게도 공무원은 인기 직업이 아니다. 4년 연속 지원자가 줄고 있다. 인력컨설팅 업체 유니버섬이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 대학졸업자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학 전공 학생의 2.4%, 비즈니스 전공 학생의 0.9%만이 공무원에 지망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무원이 젊은층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관료주의적이고 서열을 중시하는 공무원 문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거기에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도 약화됐다. 뉴욕대학(NYU) 폴 라이트 공공정책학 교수는 "젊은이들이 더 이상 공무원 직업을 안전한 피난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지난해 연방정부 폐쇄조치 이후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설명한다.

공무원 사회의 노령화로 '젊은피 수혈'이 줄어들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2013년 통계에서 연방공무원 중 50세 이상 중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이른다. 정부 인력관리부서는 공무원 사회에 젊은층이 줄어들면, 디지털을 이용한 작업이 많아지는 시대에 업무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청년들이 공무원직을 기피하는 것에 반해 한국에서는 공무원직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매년 증가추세다. 올해에도 45만 명 정도가 공무원 시험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응시자가 늘면서 시험 출제와 인쇄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공무원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대규모 감원이 이뤄지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더욱이 2007년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는 공무원직의 선호도를 크게 높였다. 젊은층의 구직 조건은 첫째가 연봉이고 그 뒤로 적성, 성취감 순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공무원은 희망직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공무원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안정성 때문이다.

종종 '철밥통'으로 비유되는 공무원은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인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바람을 타지 않는다. 경제활동 환경이 변하고 평생직장이 사라진 지금 직업의 안정성은 공무원직의 다른 단점을 충분히 보상한다. 젊은이들이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다.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도 안정된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을 택하는 젊은이들을 양산한다.

한국의 공무원 선호 추세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학력별.세대별로 적합한 분포를 보여야 할 경제활동 구조가 기형이 된다는 데 있다. 고졸 출신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입한 고교 선택과목제는 오히려 시험의 장벽을 낮춰 지원자가 더 몰리는 폐단을 가져왔다.

미국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기피하고, 한국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선호한다. 젊은 인력이 공무원직을 거부하면 정부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공무원직에 몰리면 경제 활력이 저하된다.

무모한 도전과 실현 불가능의 꿈만 찾는 것도 문제지만 인생의 목표를 안정된 직장에만 두려는 것도 청년의 자세는 아니다. 야망을 품으라는 말은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청년이 야망을 갖기에 취업환경과 경제상황이 너무 냉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진취적인 젊은이들이 사명감도 없이 공무원직에 안주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손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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