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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러시아 경기 열리던 날 LA 풍경

이수정/사회부 기자

한창 하루 일과가 진행 중인 17일 오후 3시. 한국과 러시아 월드컵 예선 1차전 경기가 열렸다. LA 곳곳에서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한인들의 응원열기는 뜨거웠다.

#. 대형TV가 설치된 타운 내 업소에는 정오부터 몰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윌셔 잔디 광장에 모인 2500명 한인들이 만든 붉은 응원 물결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타인종들의 눈길까지 사로 잡았다.

멀리 샌버나디노시에서 한인타운을 찾아온 20대 제니퍼 코리오씨는 "직접 본 한인들의 축구사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한국 선수가 골을 넣은 것보다 이곳에서 우리가 함께 만드는 이 분위기가 더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응원단의 열기에 '한국 팬'이 됐다는 칼린 쿠스토(37)씨는 "한인 친구도 없고, 한국팀의 실력도 잘 모르지만 난 지금 100% 마음을 다해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마치 코리안 열병에 감염된 것 같다"며 익살을 떨었다.

한인들의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이색복장으로 응원전에 나온 학생부터 일을 제쳐놓고 합류한 직장인들까지 나이도 직업도 다양했다. '수퍼맨' 복장으로 등장한 김영광(19)군은 초능력을 가진 수퍼맨의 에너지를 한국 선수들과 응원단에 불어 넣고자 수퍼맨 복장을 하고 왔다고 했다. 광장 건너편 건물의 한 회사 직원 장성국(43)씨도 뜨거운 응원 열기를 보면서 하던 일을 제쳐두고 광장으로 달려와 응원에 합류했다. 장씨는 "팀장 몰래 나왔다, 딱 5분만 있으려 했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고 했다.



한국팀의 첫 경기를 관람하려고 당당히(?) 회사를 '제낀' 한인들도 있었다. 40~50대 친목그룹 '데니스와 친구들' 회원 12명은 일대신 축구를 택했다. 모임을 주도한 데니스 김씨는 "오늘처럼 중요한 날,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우리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조퇴도 불사한다"고 흥분했다. 아껴왔던 휴가를 한국팀에 바친 이현철(36)씨는 "상사(타인종)가 한국팀 응원을 휴가 사유로 받아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열을 올렸다.

사무실 문을 닫고 직원이 모두 단체 응원을 펼친 회사도 있었다. 타운에서 융자회사를 운영하는 리처드 김씨는 직원 4명과 2시쯤 사무실 업무를 끝내고 타운 내 업소를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김씨는 "어차피 한국 경기 시간에는 업무 효율도 오르지 않을 것 같고 손님들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차라리 단합을 위해 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1대 1. 비긴 경기로 우정을 지킨 두 사람도 눈길을 끌었다. 대학동문이라는 안홍석(24), 대니얼 이(24)씨는 각각 한국팀과 러시아팀의 유니폼을 입고 윌셔잔디광장을 누볐다. 한국팀을 응원한 안씨는 "비기긴 했지만 충분히 우리의 실력을 입증한 경기였다"며 "알제리를 이기고, 무사히 16강에 진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인트페테르부르크에서 1년 반을 살았다는 리씨는 자주색 러시아 유니폼을 자랑하며 "러시아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 마음껏 기쁨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살벌한 분위기에 차마 일어날 수 없었다"며 "그래도 사이 좋게 한 골씩 넣어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이모저모 취재에는 사회부 신승우.구혜영.오세진.김지영 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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