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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노인, 파도에 올라타다

'노인 서퍼 되다' 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사람 저사람 차례로/실낱 희망마저도 삼키는 일/잠시도 쉬어 본 적 없는 파도/하얀 노인/조그만 널빤지 엎디어/ 그 무서운 파도 기다리다/노련하게 두발 올려놓고/파도 감아가며 올라탄다/구름까지 타려나.

여름입니다. 여름이니 더운 것인지 세상살이가 찬 물 마시듯 시원하지 않아 더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하려고 하얀 입김 내 뿜는 에어컨 냉기를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파란 생각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계바람보다는 자연 바람이 있는 바다를 찾아 나서지요. 남가주에 사는 사람들은 조금만 운전하고 나가면 갈매기와 펠리컨이 망망대해의 공간을 세레나데처럼 오르내리는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사막의 노마드에게는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바다 하면 파도의 모습을 먼저 상상하시는 분도 계시겠네요. 파도는 어떻게 생길까요. 극지방과 적도지방의 온도 차이로 공기가 서로 움직여서 바람이 일어나게 되는데, 바람이 불 때 바다 표면과 바람 사이에는 마찰이 생깁니다. 마찰에 의해 바닷물은 밀리게 되지요. 바람이 세게 불거나, 바람이 약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불면 이 밀린 물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또한, 바다 해류는 항상 일정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바다는 하루 2차례씩 달이 끄는 힘(인력)에 의해 밀물과 썰물을 반복합니다. 이때 해류와 부딪치면 더욱 큰 마찰로 높은 파도가 되는 것이지요. 파도의 높이 최고 파고는 34m 까지 측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의 키를 가늠해서 상상하면 그 무서움을 느낄 수 있지요. 더군다나 해저 지진으로 인한 파도의 파괴력은 쓰나미를 가져와 참혹한 재해가 되기도 합니다.

바다를 한참 보고 있으면 잠시도 쉬지 않고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가 인생의 고난하고 똑 같기에, 사람들은 그 파도를 보며 자기가 겪어온 수많은 난관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퍼(surfer)입니다. 하와이어 '히에 날루' 서핑은 나무판자 보드 위에 몸을 싣고 파도를 타는 스포츠입니다. 보드는 롱보드와 숏보드가 있고 보드 밑에는 서퍼가 방향전환과 속도조절을 하기위한 핀이 설치되어 있지요.

시의 내용은 희끗 희끗희끗한 노인이 파도를 타는 장면입니다. 평생 시도 때도 없이 울렁거리는 파도에 시달려온 노인이 남은 인생만큼은 피할 수 없는 파도를 오히려 즐기며 타기로 결심을 합니다. 살아오며 겪은 신념의 보드에 몸을 엎디어 날름거리는 파도를 노려보며 파도의 성질을 분석해 봅니다. 그리고 그 파도를 당당히 기다리다가 훌쩍 올라탑니다.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몸의 밸런스를 맞추는 평형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마음의 평형능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파도를 탈것인가 파도에 삼켜지며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 있다며 닥치는 파도를 휘휘 감아가며 올라타는 노인이 보이십니까. 노인은 이제 남은 인생만큼은 구름까지 탈 정도로 행복하려나 봅니다.

ankecot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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