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마피아, 그들은 파문 됐다'

김완신/논설실장

지난 21일 마피아 본거지 칼라브리아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피아를 악마를 추종하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마피아를 가톨릭 교회에서 파문한다"고 선언했다. 교황은 "마피아처럼 악마의 길을 따라가는 자들은 신과 교제할 수 없다"며 "교회는 조직화된 범죄를 추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라브리아 지역은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의 하나인 은드란게타의 본거지로, 이 조직은 각종 불법사업으로 국민총생산(GDP)의 3.5%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교황이 파문을 선언한 배경에는 마약빚을 갚지 못해 할아버지와 3세된 아이가 마피아에게 피살된 사건이 있다.

교황이 마피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시실리 마피아를 향해 "살인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거룩한 법은 누구도 유린해서는 안 된다"며 "마피아는 언젠가 신으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피아는 교황의 경고에 대한 보복으로 수개월 후 로마에 위치한 교회 여러 곳을 폭탄 공격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파문'이라는 극단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파문(Excommunication)'은 교회공동체에서 추방하는 것을 뜻한다. 가톨릭 교단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이다. 신자가 교리나 윤리와 관련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신앙공동체로부터 제거하는 중벌이다.



역사적으로 파문의 위력은 대단했다. 1077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는 성직자 임명권을 놓고 그레고리 7세 교황과 갈등을 빚다가 파문됐다. 당시 파문은 기독교인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왕의 자격까지 위태롭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결국 하인리히 4세는 카노사로 교황을 찾아가 굴욕적으로 용서를 빌어 사면을 받았다 .

교황의 신권에 왕권을 종속시켰던 중세에는 못미치지만 지금도 파문의 권위는 엄중하면서 상징적이다. 특히 교황청과 관련된 이권사업을 노리고, 단원들이 각종 교회 행사에 교인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마피아에게 파문은 법적 제제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전세계 가톨릭을 대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로 유명하다. 전용차 대신 추기경들과 함께 버스를 이용하고 교황 선출 기간 동안 제공된 호텔의 숙박료까지 지급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을 방문해 기도하면서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을 지지했다.

현재 이탈리아 경찰 당국은 이번 파문 선언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마피아의 보복에 대비해 교황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황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는 8월 14일 한국을 4박5일간 국빈방문하는 교황은 방탄차 대신 일반차에 탑승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악을 종식시켜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악이 없는 세상은 교황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러나 여전히 악은 존재하고 악을 응징하기 위한 법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법은 더욱 강력해지지만 지금도 무고한 생명이 살해되고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당한다.

악은 세상의 법으로 뿌리뽑기 어렵다. 살인.전쟁.테러.폭력.사기의 근저에 악은 어둡게 자리한다. 범죄는 법이 처벌하지만 근원인 악은 인간이 제어하지 못하는 신의 영역에 속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문' 선언이 신의 능력에 닿지는 못하더라도 범죄가 가득한 세상에 던지는 신성(神性)의 경구가 되기를 바란다. "악을 행하는 자, 그들은 파문 됐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