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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 나이에 무슨 힙합이냐고?

[LA중앙일보] 발행 2014/06/2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4/06/26 20:50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X세대. 신세대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수식어. 20년 전 얘기다. 수능 1세대의 꼬리를 달고 다니던 94학번은 당시 다른 세대로 여겨졌었다. 수능 첫해였던 1994년, 94학번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능을 두 번 치렀다. 졸업을 앞둔 1997년에 IMF가 터졌다. 저주받은 학번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얼마 전 방영된 TV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이 된 딱 그 세대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중고등학교를 보내고 서태지와 듀스에 열광했다. 힙합이 유행했다. 대학 때는 힙합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노래방에서 랩이 섞인 가요를 부르는 건 자연스러웠다. 그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곳 중 한 곳이 바로 록카페다. 맥주 한두 병 시켜 놓고 신나게 춤추던 공간. 나이트클럽에 비해 저렴하게 놀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의 클럽과 같은 곳이다. 】〉〕 춤추는 걸 워낙 좋아해서 록카페는 즐겨 찾던 곳이었다. 2~3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백댄서를 하겠다고 부모 속을 좀 썩였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20년 전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케케묵은 옛날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비슷한 세대들이 가질 수 있는 문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얘기다.

얼마 전 콘서트를 다녀왔다. 힙합 콘서트다. 좋아하던 힙합 가수가 온다는 말에 콘서트장을 찾았다. 이미 현장에는 관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관객층이 많이 어렸다. 주 관객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다른 K팝 콘서트장에 30~40대는 물론 50대도 종종 보이곤 했던 것과는 달랐다.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예상컨대 그 콘서트 관객 중 최연장자가 아니었나 싶다.

공연이 시작됐고 스탠딩 콘서트인 만큼 관객들은 처음부터 야광봉을 흔들며 뛰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조용히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늦게나 와서 관객층을 파악하지 못했으면 모를까 그들과 섞일 자신이 없었다. 결국 공연은 즐기지 못하고 지켜만 보다 왔다.

'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즐기지 못했나.'

얼마 전에는 선배 기자들과 노래방을 간 적이 있다. 최신가요를 불렀더니 처음 노래방을 함께 간 나이가 있는 한 선배가 "왜 어울리지 않게 최신곡을 부르냐"고 했다. 발라드나 90년대에 유행했던 곡들이 맞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는 거다. '왜 최신가요를 부르면 안되나.'

나이에 맞는 행동이란 어떤 것일까? 최신가요는 우리 세대가 좋아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더 나이가 들면 트로트를 불러야 맞는 것일까. 질문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대답은 같다. 우리 세대가 누려온 문화는 우리의 것이다. 작아진 옷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것과는 다르다. 좋아하는 옷은 두고두고 입어도 된다. 그저 그 문화에 대해 좀 더 당당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록그룹 에어로 스미스가 나이가 들었다고 발라드를 부르지는 않듯 좋아하는 걸 바꿀 필요는 없다. 윤상의 발라드를 여전히 좋아하면서 빈지노의 랩을 좋아해도 된다. 그게 우리 세대다. 70대 할아버지의 "마음은 20대야"라는 말이 진심이었음을 알아버린 서른 아홉, 어느 날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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