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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인생은 소풍이라는데

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한다. 고통의 바다라는 말이다. 살면서 괴로운 일이 얼마나 많았기에 '바다'에 비유했을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고통스러운가? 다시는 살고 싶지 않은 삶인가?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나도 죽음이 두렵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픔이나 고통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이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두 번째 이유인 이별이 두려움의 원인일 듯싶다. 험한 말이기는 하나 덜 고통스럽게 죽으려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어짐은 참 어렵다. 죽음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는 것은 다 그런 그리움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어 해탈을 하고, 윤회의 사슬을 끊기를 바란다. 더 이상 윤회가 되풀이 되지 않는 삶, 더 이상 죽음을 반복하지 않는 삶을 꿈꾸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현세가 고통과 아픔과 탐욕이 있는 괴로운 곳이라는 의식이 담겨 있다. 죽어서 천국에 가기를 바라는 많은 종교도 근본적으로는 이 세상의 고통이 없는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소풍에 비유했다. 소풍의 의미는 무얼까? 슬픈 느낌인가? 인생이라는 소풍은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소풍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난 음식 나눠 먹으며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학창시절의 소풍, 가족과 함께 한 나들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천상병 시인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소풍 같은 삶이라면 굳이 윤회를 끊을 필요가 있을까? 굳이 천국에 머무를 필요가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더 오래 머물고,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서 즐거운 소풍을 보냈으면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왜 고통이 없겠는가? 고통이 없다면 삶의 기쁨도 모를 수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이란 주제를 주면 사람마다 다양한 희망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부잣집에 태어나기를 바라고, 어떤 사람은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면 누구로 태어날까 생각해 보다가 한 생각이 떠올랐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꼭 부모님의 부모로 태어나고 싶다. 갚아도 다 못 갚을 부모님의 사랑을 다 돌려 드리고 싶다. 나로 인해 맛보았던 기쁨과 고통을 나도 느끼고 싶다. 얼마나 나를 낳고 기쁘셨는지, 내가 아플 때 얼마나 아프셨는지, 내 말 한마디에 얼마나 서운하셨는지 가슴으로 느껴보고 싶다.

부모님께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속 많이 상하셨죠? 힘들 때도 많으셨죠? 하고 여쭈면 부모님은 늘 그러신다. 그런 것 없었다고. 네 엄마여서 좋았다고. 부모님은 자식에 대해 안 좋았던 기억은 금세 잊으신다. 기뻤던 기억은 한없이 기억하시고 자랑하신다. 자식에게 모질게 대했던 기억은 마음속에 '한'으로 담아두신다.

인생은 고해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오늘이 어찌 고통이 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천국이라면 나는 안 가고 싶다. 남아있는 시간이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재미나게 살면서 삶이 기쁨임을 느끼고 싶다. 느끼게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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