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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나는 어쩌다 미국에 사는 걸까

이종호/논설위원

60대 이상 되신 분들 중엔 꽤 많은 분들이 역이민에 관심을 보인다. 최근 한국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분들은 더 구체적이다. "굳이 서울이 아니라도 좋을 것 같아. 강원도 바닷가 혹은 서해안, 아니면 제주도. 얼마나 잘 해 놓았는지 몰라. 도로도 너무 잘 닦여 있어. 전국이 그야말로 1일생활권이야." 한국 정치가 짜증이 나고 갈가리 찢긴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가 싫긴 하지만 그것은 그냥 눈 감고 귀 막으면 되는 일. 먹고 보고 마음 편하게 즐기기엔 그래도 익숙한 내 나라가 좋은 것이다.

듣다보면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맞아. 그 좋은 내 나라 놔두고 여기서 왜 이러고 사는지 몰라.'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잠깐, 다시 머리를 흔든다. '아니야. 그래도 여기가 좋아. 아무리 그래도 미국만한 나라는 없어.'

2001년에 처음 미국 땅을 밟았으니 벌써 14년째다. 돌아보면 꽤 긴 세월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꿈을 꾼 듯 어느새 흘러가버린 시간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미국에 살고 있는 걸까?

솔직히 정답은 모르겠다. 그냥 살다보니 10년이 훌쩍 넘었고, 또 살아보니 별로 나쁘지 않아서 그냥 산다는 정도. 하지만 다른 한인 이민자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답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 인정하든 말든 그것은 자유지만 내가 파악한 미주 한인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고 그 특성 속에 웬만큼 답도 들어 있다는 말이다.



첫째, 미주 한인들은 도전적이다. 낯선 땅에 와서 산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유학을 왔건 직장으로 왔건 혹은 가족이민을 왔건 원래 살던 기반을 모두 뒤로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추진력이고 용기다. 한 번 도전한 사람은 계속해서 도전한다.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삶의 의욕, 재미, 가치가 모두 도전 속에 있다. 미국이 그런 곳이다.

둘째, 조금은 개인주의적이다. 남의 눈치 안 봐도 되고 골치 아픈 것 관여하기 싫고 그냥 내 개성대로, 내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한다. 국가나 민족 같은 거창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더 소중하다고 믿는다. 미국은 그런 사람들에게 딱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해 시시콜콜 관심 갖는 사람은 약간 예외라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민까지 와서 여전히 이런 저런 감투에 욕심내고 직책과 지위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예외라 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을 사랑한다. 외국에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미주 한인들에겐 아직은 유효하다. 이번 월드컵 때도 보지 않았는가.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미국팀 응원하느라 난리법석인 사람은 별로 없다. 혹여 입만 열면 한국 흉보고 한국사람 험담하는 것도 결국은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애정이 없으면 그럴 일도 없다.

238년 전 1776년 7월 4일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 있던 13개의 주가 연합해 독립을 선언했다. 그 때 발표한 독립선언서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간에게 부여했으며, 생명권과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은 이러한 권리에 속한다.'

미국에 사는 이유, 이 선언문 속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행복추구권'이 그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가 더 행복하다면 당연히 이곳에 사는 것이다.

다시 자문해 본다. '나는 왜 미국에 사는가.' 정답은 아니어도 지금 답할 수 있는 모범답안은 이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보다는 그래도 미국이 더 좋은 것 같아서.'

사족. 그렇다고 65세가 넘어서까지 지금 나의 대답이 똑같으리라는 장담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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