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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한 번은 치러야 할 한국축구의 '홍역'

신승우·사회부 차장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2014 브라질 월드컵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하지만 아쉽게 16강 진출에는 실패하고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귀국하는 공항에서 일부 화가 난 국민이 엿과 사탕을 던지며 선수단을 질책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과잉반응이라는 말도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대표팀을 향한 여론이 좋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박주영, 정성룡 등 일부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를 탓하는 사람도 있고 선수 기용과 작전에서 실패한 '의리 축구' 홍명보 감독을 탓하는 사람도 많다. 이 모든 걸 관리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책임이란 목소리도 크다. 일본, 호주, 이란 등 출전했던 아시아 국가들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모두 사령탑 교체를 예고한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은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많은 국민이 홍 감독의 유임을 두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멕시코에 1-3으로 지고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한 한국팀은 월드컵 도중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한국의 축구 영웅이라 불리는 차범근이 당시 감독이었지만 축구협회는 대회가 끝나기 전에 그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번에 축구협회는 "대표팀 수장이란 이유로 모든 책임을 홍 감독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계속 지지할 것이다"라고 홍명보 감독 유임을 결정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 절반 이상인 52%가 이러한 결정에 동의한다고 한다. 왜냐면 이번 실패를 경험 삼아 더 나은 한국축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홍명보가 유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일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을 데려온다면 모르겠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다시 대표팀을 재건하는 데에는 홍명보가 적임자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홍명보가 학연, 지연에 매여 있는 '의리 축구'를 한다고 비판한다. 일정 부분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희망을 봤다. 물론 1명이 퇴장당한 벨기에를 상대로 0-1 패배를 당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홍명보 감독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경기였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박주영은 홍명보의 수제자다. 아마 사석에서 '형, 동생'하는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경기력에 문제가 있자 그는 과감하게 박주영 대신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또 정성룡을 대신해 어린 김승규를 골키퍼로 내보내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만일 김승규가 선방쇼를 펼치고 김신욱이 골을 넣기라도 한다면 앞선 2경기에 대해 "왜 진작 내보내지 않았느냐"고 홍 감독 자신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김신욱, 김승규의 선전은 곧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신이 비난을 받고 '2002 월드컵 영웅'에서 '고집불통' 감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그런 홍명보를 믿기에 그의 유임을 지지하는 것이다. 모쪼록 한국 축구가 이번 홍역을 잘 넘기고 다가오는 아시안컵에서는 물론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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