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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홍명보와 클린스만의 리더십 차이

김 동 필/사회부장

#홍명보 감독.

현재 한국에서 가장 좌불안석인 인물. 초라한 월드컵 성적에 자진사퇴까지 예상됐지만 축구협회가 앞장서 막았다.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하지만 그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의리축구'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주영 선수를 대표팀에 선발했고 졸전의 책임도 선수보다는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벨기에전 패배로 예선 탈락이 확정된 후 그는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가장 부족했다"고 했고, 귀국 인터뷰에서도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끝까지 선수들은 감쌌다.

#위르겐 클린스만.

최근 미국 스포츠계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아진 인물. 독일 출신인 그가 미국의 축구문화를 바꾸고 있다. 축국의 변방으로 불리던 미국이 그의 등장으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그도 선수 선발 과정에선 예방주사를 맞았다. 최고의 스타 선수인 랜든 도노반을 제외시킨 것. 비난 여론이 비등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소신이 뚜렷했다.



그의 소신은 '죽음의 조'에서의 예선 통과로 입증됐다. 그는 16강 전 패배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미 2018년 월드컵팀 구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다. 비슷한 연령(홍명보 1969년생, 클린스만 1964년생)에 화려한 경력의 스타선수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양국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두사람의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클린스만은 미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반면, 홍명보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개인적으로 축구에 대한 철학과 리더십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홍 감독의 팀 운영 스타일은 '큰형님' '의리' 등의 낱말로 대변된다. 한국적 덕목으로 보자면 더 없이 훌륭한 리더십이다. 그러나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감독의 기대를 저버렸다. 허둥대기 일쑤였고 절박함도 부족해 보였다. 인간적인 의리만 있었지 승리는 없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의리가 유행어인 모양이다. 모 배우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의리'를 외쳐될 정도다. 의리는 '울타리 문화'의 근간이다. 때론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이것만 강조하다 보면 유연성이 떨어진다. '우리끼리' 의식이 앞서다 보니 비판은 용납되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것'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의리라는 우산 아래서는 책임감도 약해진다. 그러다 보면 변화와 신속성이 요구되는 위기 상황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기가 어렵다.

클린스만은 선수 각자의 책임감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감독 취임이후 그 기량이나 의욕이 아니라 정신력과 비전, 그리고 책임감 부족을 미국팀의 문제점으로 진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에 임하는 기본 자세부터 바꿨다. 선수들에게 '내가 역할을 못하면 팀이 진다'는 생각을 갖도록 한 것이다, 경기중 발생한 실수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도 가해졌다. 아무리 스타선수라도 예외가 없었다. 비판이 있어야 선수들은 잘못을 깨닫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무조건 감싸주는 의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좀 비약하면 클린스만의 리더십은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와의 제 2차 포에니 전쟁의 초반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로 "부하들에게 '우리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라고 평했다.

요즘 주요 한인단체들도 새 회장님을 맞고 있다. 그들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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