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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당신이 전염시킨 '우울 모드'

[LA중앙일보] 발행 2014/07/07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14/07/06 21:57

최 주 미/조인스아메리카 차장

당신이 화를 내면 나도 화가 난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열어보다 불현듯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심장병이 아닌 '감정병' 증세다. 많지도 않은 페친들이 퍼나르며 채워주는 한국 소식들로 뉴스피드는 두 달 넘게 우울한 잿빛이다. 세월호 참사에 인사 참사에 군장병 총기 참사까지 쉴틈없이 몰아치는 한국 사회의 참사 홍역에 페이스북 사람들의 말과 글은 벌겋게 열꽃이 피었다.

세상이 왜 이런가? 캐고 파도 끝이 없네. 나도 모르는 자조와 개탄의 감정에 휘말려 심장이 저리고 우울이 넘나들었다. 이런 마당에 나 혼자 생글생글 소시민의 단상이나 사소한 재미 따위 늘어놓을 계제도 아니고, 차라리 보지 말고 듣지 말자며 SNS를 도망나와 멀찍이 숨죽인 참인데, 공교롭게도 최근 SNS의 '심리적 전염'을 수치로 입증하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이 쏠렸다.

지난 29일, 페이스북 데이터 연구팀이 '사회관계망을 통한 대규모 감정 전염의 실험적 증거'라는 연구 논문을 미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69만여명의 뉴스피드 게시물의 노출을 통제하여 사람들이 어떤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지 추적한 결과, 긍정적인 포스트를 적게 접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글을 더 적게 올리고 대신 부정적인 글을 더 많이 게시하는 것이 확인됐다.

반대로 부정적인 글에 덜 노출된 사람들은 긍정적인 포스트를 더 많이, 부정적인 포스트는 덜 생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감정에 영향을 받고 행동으로 표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직접 대면하거나 소식을 듣는 경우 뿐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서도 타인의 감정이 나에게 전염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SNS의 파급력이다. 페이스북에 100명의 친구를 둔 K라는 사람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글을 게재했고, K의 페친 100명에게 또 각각 100명의 친구가 있다면, 단 두 번 만에 K의 글은 1만명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한 번 더 반복하면 100만명, 다시 한 번 반복하면 순식간에 1억명의 사람들에게 대규모의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실험 결과를 접하면서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대중선동과 감정조작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단지 나만일까. 하지만 위 실험 과정에서 대상자들의 감정 변화를 '조작한' 셈이 된 페이스북의 행위가 논란이 되고 결국 이번 실험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는 사실이 역으로 그 잠재적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웹에 쓰는 일기, 혹은 나만의 기록 혹은 푸념이나 토로 쯤으로 가볍게 시작되는 SNS 소통이 실은 미처 인식할 새도 없이 무수한 타인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부를 수도, 혹은 분노와 슬픔의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인식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모럴이다.

때문에 나는 인터넷 유저들에게 간곡히 요청하고 싶다. 제발 부디, 이성적 판단과 대안 없는 루머의 확대 재생산, 비판의 증폭, 걸진 욕설과 패배주의로 채색된 을씨년스러운 웹 글들은 자제해주십사고. 시작점과 출처조차 알 수 없는 정체 모를 우울감은 그만 나누고 싶다.

반갑게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며 은하수 빛나는 밤하늘 사진 한 장 걸어붙인 포스트에 '반갑고 숨통이 트인다'고 답해온 페친이 있었다. 그도 남몰래 감정의 전염병을 앓고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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