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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초대석] 블로그 '앵그리 아시안 맨' 운영 필 유

블로그에 글 올리자마자 화제 몰고오는 '사이버 스타'

부당한 아시안 차별 맞서, 2001년 블로그 글쓰기 시작
리더십 캠프에서 최고 인기, 미국 언론도 인용하는 소스
페북 팔로어만 1만7천 여명, 아시안 오피니언 파워로 성장



지난 달 23일 오후 중앙일보가 주최한 리더십 서머캠프가 열린 페퍼다인 대학교. 60여 명의 한인 학생들이 열정적인 한 연사의 스피치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캠프는 'Make Your Voice Heard(너의 목소리를 내라)'라는 주제로 열렸다. 연사는 필 유(35)씨. '앵그리 아시안 맨'(Angryasianman.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1인 미디어 대표다.

유씨는 1시간에 걸친 그날 강연을 통해 자신이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어떤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냈는지, 그것이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지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주류 미디어나 단체들에 의해 아시안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의가 조장될 때는 당당하게 의견을 내야한다고 강조,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를 위해서 항상 사회 이슈에 대해서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정의감으로 '앵그리'(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큰 호응을 받았다. 또한 이번 리더십 캠프가 끝난 뒤 평가에서 참가 학생들은 유씨의 강연을 가장 인상깊은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유씨는 사실 1.5, 2세 젊은 한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사이버 스타'다. 그의 글과 말에 매료돼 페이스북 팔로어로 등록한 숫자만 1만7000여 명에 이른다. 블로그는 2001년 재미삼아 시작했다. 미국에서 아시안이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주류 미디어의 편견이 담긴 보도나 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다. 유씨의 이런 노력은 차츰 아시아계 젊은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주류 미디어들도 유씨의 발언을 주목했다.



2002년 유명 의류업체 '애버크롬비 앤 피치'가 아시안을 비하하는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하자 블로그를 통해 항의하는 뜻을 전했고, 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전개돼, 결국 제조사가 판매를 중단하게 한 일등공신의 역할을 담당했다.

유씨의 글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더욱 영향력이 커졌다. 지금은 아시안 관련 행사에 섭외 1순위 강사로 거론되는 인물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안 관련 이슈가 있으면 '앵그리 아시안 맨'을 반드시 보아야 할 매체"라고 인정할 만큼 무시못할 '오피니언 파워'를 형성했다. 뉴욕타임스, NPR, CNN 등 대부분의 주요 매체들이 유씨의 글을 인용하면서 아시아계 오피니언의 유력한 소스로 인정하고 있다. 유씨는 하루에 4,5 건의 글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고 SNS를 통해 전파하고 있는데 한 달 웹사이트 히트수가 50만 건에 달한다.

요즘은 유튜브 ISA-TV를 통해 인터뷰 등 동영상 매체까지 확보함으로써 1인 미디어의 끝없는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잊혀진 사건도 유씨의 글로 옮겨지는 순간, 새로운 이슈가 될 정도다. 1980년 대 초반 디트로이트에서는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해고된 백인이 '아시안 이민자들 때문에 우리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빈센트 칭이라는 중국계 이민자를 이유없이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아시안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미디어도 없었고, 주류 미디어도 이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아시안은 물론 백인들조차도 잘 모르는 사건이다. 유씨는 이런 사건을 다시 블로그를 통해 알리며 인종차별의 해악성을 기억해야 한다고 알린다.

유씨가 오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다음 날 한인 2세들과 아시아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곧바로 화제가 될 정도이니 그 '오피니언 파워'를 짐작케 한다.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아시안과 관련된 이슈는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주류 미디어들은 무시하거나 편견적인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안과 관련된 이슈가 정확하고 공정하게 인식되기를 바랐다."

-이렇게 영향력이 커질 줄 알았나.

"처음에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시작했는데 지금 SNS의 비중이 커지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그래서 내 의견이 곧 아시안을 대변하는 것처럼 되어 버려 책임감도 느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나는 대변인도 아니고 누구에게 내 의견을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다. 견해를 나누고 이슈를 인식하자는 것이 지금도 가장 큰 목표다."

-왜 '앵그리 아시안 맨'인가.

"주류 미디어들은 아시안들을 겸손하고, 조용하고, 수동적인 성격을 가진 '모범적인' 이민자들로 묘사한다. 그러나 그런 묘사가 부정의와 차별에 대해서도 묵인하거나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앵그리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부정의에 대한 분노를 의미한다. 그런 것에 대해 입 닫고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계속된다."

'앵그리 아시안 맨'의 팬임을 자처하는 김창환(28·회사원)씨는 지난 10여 년동안 유씨의 글을 읽고 강연도 들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유씨의 글이 어떤 이슈에 대해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매우 직설적이고, 다른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유니크한 면모가 있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씨의 생각은 리버럴(진보적) 쪽에 가깝다고 했다. 김씨 자신도 무덤덤하게 넘기던 이슈도 유씨의 글을 통해 접하면 아, 이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보통 블로그들은 수년 내에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앵그리 아시안 맨'이 15년 넘게 지속되고 커진 것은 유씨의 진지한 사회문제 의식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혹시 정치에 뜻이 있나.

"전혀, 전혀 아니다. 가능성은 0%다. 어디에서 같이 일하자는 곳도 있는데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게 좋다."

-앞으로 계획은.

"특별한 계획은 없다. 아시안에 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할 것이다. 주류 언론들이 잘 다루지 않는 이슈나 아시안 문화를 '앵그리 아시안 맨'을 통해 주류사회에 더 알릴 수 있는 지금의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

▶필 유씨=노스웨스턴대서 방송·영화 전공. USC에서 아시아학 석사. 일본시민권자연명에서 2012년 salute to Champion상, 아·태 헤리티지상 등 소수계 지위향상 및 인권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많은 상을 받았다.

만난 사람=이원영 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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