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칼럼 20/20] 국경 너머의 아메리칸드림

김완신/논설실장

지난달 15일 텍사스 사막지역에서 한 소년이 숨진 채 발견됐다. 힐베르토 라모스라는 이름의 소년은 고향 과테말라의 작은 마을을 출발, 1200마일이 넘는 길을 이동해 미국으로의 밀입국을 계획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미국 국경을 1마일 남긴 곳까지 왔지만 뜨거운 사막 길에 탈진한 소년은 결국 15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소년이 멕시코 국경을 넘는 연간 2만6000명(2013년 기준)의 미성년밀입국자 대열에 합류한 이유는 단 하나, 미국에 가서 어머니 병을 고칠 돈을 벌어오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려는 소년의 꿈은 미국의 문턱에서 비극으로 끝났다.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용어는 역사학자 제임스 트루슬로 애덤스의 저서 '미국의 서사시'에서 처음 나온다. 출신 배경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각자의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아메리칸드림의 정신이다. 애덤스는 미국이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 중 가장 가치있는 것은 아메리칸드림의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을 지탱해 온 정신이며 미국민들의 변치 않는 가치다.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을 찾는 '뿌리없는' 이주민들이 가슴 한켠에 품는 희망이 아메리칸드림이다. 그런 아메리칸드림의 정신이 쇠락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꿈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메리칸드림은 무엇인가. 마케팅 전문회사 DDB가 발표한 '2014 라이프스타일 연구'에 따르면 아메리칸드림의 요건은 4가지로 축약된다. 설문 대상자들이 아메리칸드림으로 제시한 항목 중 가장 빈도가 높은 내용이다. 첫번째는 가족들이 사는 집을 갖는 것이고 두번째는 질높은 교육을 받는 것이다. 셋째는 번듯하고 안정된 직장, 그리고 네번째는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지난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USA투데이는 '얼마를 벌어야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고 살 수 있나'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인구센서스국 자료, 소비관련 데이터, 평균 학비 등을 기준으로 4인 가족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데 필요한 가구소득을 산출했다. 금액은 연소득 13만357달러.

이 소득으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호화로운 상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졸업해 직장을 갖고, 집을 구입해 자녀들을 바르게 양육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이루는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소득을 올리는 가정이 미국 전체에서 1600만 가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8가구 중 한 가구꼴이다. USA투데이는 아메리칸드림을 위한 가구소득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더 많은 돈이 들고 인디애나폴리스나 털사 등의 지방 소도시에서 생활하면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아메리칸드림 비용이 지역에 따라 줄 수는 있어도 미국의 평균가구 소득이 5만100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달하기 힘든 꿈이다.

아메리칸드림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DDB의 설문조사에서도 이민 초창기에 품었던 '아메리칸드림'의 실현 가능성이 이민연수가 늘어날수록 희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의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조사에서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성취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미국의 저력이면서 미덕이었던 아메리칸드림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누구나 품을 수 있는 희망은 아니다. 15세 소년이 목숨과 바꾸려 했던 아메리칸드림은 국경 너머에 없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