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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쓰레기차와 동행해 보셨나요

미셸 김·독자

비가 내려서 청명해진 오후 자동차로 신나게 달리는데 옆에 청소차가 조금 앞서 달리고 있다. 음식물에서 나오는 썩은 물이 줄줄 흘러 바람에 흩어진다. 배기관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과 섞인 역겨운 오물 냄새에 숨이 콱콱 막힌다. 우린 빨리 어떻게든 그 차를 추월하려 했으나 신호등에 걸려 쓰레기차와 나란히 신호대기선에 섰다. 스멀거리는 그 냄새를 오롯이 다 맡으며 기다리는 신호대기 시간은 영원처럼 길었다.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 차보다 높은 운전석의 아저씨를 곱지 않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는 하루의 때를 다 뒤집어쓴 구차한 모습이지만 냄새에 초월한 듯 나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있지는 않았다. 그도 초인종을 누르면 달려 나와 양손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있겠지. 남편의 고달픈 귀가를 반기는 아내가 있겠지.

내가 버린 오물도 만지기 싫은데 그 싫어하는 오물 수거를 좋아서 할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온종일 이 냄새가 직장인 사람도 있는데 잠시 그 냄새를 비켜 가느라 오만상을 찌푸리며 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딴 곳으로 돌리며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그야말로 오두방정을 떨었던 내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사랑의 빚 외에 아무에게도 아무 빚도 지지 말라던 사도의 가르침을 지킬 방법이 없다. 생각해보면 우린 빚으로 서로 연결되었다. 특별히 내가 하기 싫은 일을 그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런 마음이어야 한다. 막장에 들어가는 탄광의 광부에게도 악천후를 버티고 싱싱한 생선을 걷어 올리는 어부에게도 이글거리는 여름의 도로공사 인부들에게도…. 빚진 자처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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