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쓰레기차와 동행해 보셨나요
미셸 김·독자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 차보다 높은 운전석의 아저씨를 곱지 않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는 하루의 때를 다 뒤집어쓴 구차한 모습이지만 냄새에 초월한 듯 나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있지는 않았다. 그도 초인종을 누르면 달려 나와 양손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있겠지. 남편의 고달픈 귀가를 반기는 아내가 있겠지.
내가 버린 오물도 만지기 싫은데 그 싫어하는 오물 수거를 좋아서 할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온종일 이 냄새가 직장인 사람도 있는데 잠시 그 냄새를 비켜 가느라 오만상을 찌푸리며 숨을 몰아쉬고 고개를 딴 곳으로 돌리며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그야말로 오두방정을 떨었던 내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사랑의 빚 외에 아무에게도 아무 빚도 지지 말라던 사도의 가르침을 지킬 방법이 없다. 생각해보면 우린 빚으로 서로 연결되었다. 특별히 내가 하기 싫은 일을 그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그런 마음이어야 한다. 막장에 들어가는 탄광의 광부에게도 악천후를 버티고 싱싱한 생선을 걷어 올리는 어부에게도 이글거리는 여름의 도로공사 인부들에게도…. 빚진 자처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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