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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국회 청문회와 경찰청 청문회

김완신/논설실장

1993년 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은 당시 여성 법조인 조 베어드를 법무장관에 지명한다. 베어드 지명자가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법무장관이 된다. 그때 베어드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불거졌다. 불법적으로 유모을 고용했다는 이른바 '내니게이트(Nannygate)'가 터진 것이다. 장관 지명 2년 전부터 베어드 부부는 페루 출신의 불법체류자 남녀를 유모와 자동차 기사로 고용하고 있었다. 불법 고용이라 소셜시큐리티 세금도 납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에 여론도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과는 달리 비난은 비등했다. 부부가 합쳐 60만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 충분히 합법적으로 유모를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베어드는 8일만에 자진해서 클린턴에게 지명철회를 요청하고 물러났다.

한국이 장관 지명자 청문회로 '시끄럽다.' 불법 재산증식, 논문표절, 병역기피, 특채의혹, 탈세, 위장전입, 자녀 이중국적 등 후보자의 '불법'도 다양하다. 여기에 전관예우, 주식 내부자 거래 항목도 추가됐다.

청문회가 지명자들의 불법과 비리 때문에 짜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에게 막말을 하면서 죄인 취급을 하는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목소리가 크면 정치적 무능까지 덮는 줄 안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문우답은 계속된다.



청문회 제도를 처음 실시한 국가는 미국이다. 여러 종류의 청문회 중 상원의 고유 권한인 인준(인사) 청문회는 각주의 독립성을 존중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연방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의 고위직을 임명할 때 각 주정부를 대표하는 상원의 인준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상원 인준 청문회는 주정부의 분권을 인정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주로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한국과 미국의 인준 청문회는 차이가 많다. 미국 청문회는 후보를 지명하기 전부터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가동하고 검증 기간에도 제한이 없다. 후보자를 선정해서 검증하고 인준하기까지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을 넘긴다. 검증과정에서 후보자와 관련된 200가지가 넘는 항목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한다. 이 조사에서 개인적인 비리나 범죄사실, 도덕성 문제는 대부분 가려져 청문회에서는 주로 정책, 부서 운영방안, 정치철학 등이 다뤄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명 전까지 사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청문회장에서도 개인적인 비리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한국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대법관 등 20여명이 인준 청문회 대상이다. 미국의 경우는 행정부 장관과 고위관리, 연방검사를 포함해 최소 600명이 넘는다. 여기에 정식 인준 청문회를 열지 않고 서류심사 등으로 대신하는 직책까지 포함하면 1만명을 상회한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인준 청문회가 많이 열리지만 한국처럼 국민의 지탄을 받지는 않는다.

국회 청문회 제도는 1988년 한국에 도입됐고, 인준 청문회가 처음 열린 것은 2000년 이한동 총리서리 때였다. 인준 청문회 역사가 10년을 넘었지만 아직도 미숙하다. 청문회의 목적인 정책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라고 한국에도 맞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들의 '불법' 항목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자질없는 국회위원들은 검증과 심문을 구분 못한다. 차라리 한국의 인사 청문회는 국회보다 경찰청.국세청.병무청에서 공동으로 담당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청문회 수준이 '청(廳)'급이라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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