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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평화의 종교가 '칼'이 되는 시대

[LA중앙일보] 발행 2014/07/18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4/07/17 21:14

장열/기획특집부 기자·종교담당

종교는 무서운 '칼'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해한 게 종교가 가진 성질입니다. 인간은 종교를 통해 궁극적으로 평온을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각 종교마다 '평온'에 대한 정의는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또는 무엇에 대한 평온인지는 저마다 차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편적 관점에서 종교를 갖는다는 건 유약함을 인지한 인간이 절대자를 통해 초자연적 힘을 갈구하는 의지입니다. 평온함을 바라는 인간이 신을 매개로 신념과 이상 세계로 입성하는 것입니다.

평온은 평화를 수반합니다. 이때 종교를 소유한 이들은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해야 합니다. 종교는 평화의 시작입니까, 혹은 갈등의 불씨입니까.

대척점에 위치한 두 물음은 종교 안에 공존하는 이율배반적 관념입니다. 종교가 무서운 양면성을 띠는 이유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이면에는 종교가 있습니다. 최근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은 유혈 사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엔 역사적, 정치적, 국제적 이해관계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갈등의 뿌리는 결국 종교입니다.

최근 불교의 4대 성지 중 한 곳인 인도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에서는 한국 개신교인들이 '땅 밟기' 선교를 한다며 찬송가를 부르고 큰소리로 기도를 하다가 논란이 일었습니다. 종교의 강력한 신념이 안하무인격으로 발산된 사례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동성결혼 이슈부터 최근 기독교 기업인 호비로비(Hobby Lobby)사가 낙태와 피임약 혜택이 포함된 오바마케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제기한 소송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원인 깊숙한 곳에는 역시 종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같은 종교끼리도 특정 개념을 두고 해석의 차이로 대립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신을 통한 평온을 바라면서 동시에 갈등을 유발하는 게 종교입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전세계 종교 다양성 지수'를 보도했습니다〈본지 7월15일자 A-22면>. 이 땅에는 수많은 종교가 존재합니다. 각각의 종교는 인류 역사와 함께 흘러가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거대한 신념의 체계입니다. 어떠한 종교를 소유하고 계십니까? 만약 신앙인이라면 종교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한 번 쯤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는 신념의 방향성이 어느 곳을 향해 있는지 선명히 알려주는 인식의 초입이 될 수 있습니다.

종교인은 가치의 지향성이 가리키는 푯대를 명확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그 푯대에 이르렀을 때 얻게 될 평온이 '나'에게만 국한된 거라면 그건 본질적 의미를 상실한 허상일 뿐입니다. 평온은 사랑을 근간으로 상생의 의미를 깊고도 묵직하게 담아냅니다. 만약 그것이 개인에게 한정된 의미라면 '나'외에 타인을 돌아볼 이유는 사라집니다.

사랑이 결여된 평온 혹은 평화는 없습니다. 본질이 빠진 개념은 성립 자체가 불가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종교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소유해야 합니다. 종교가 자꾸 '칼'이 되는 요즘 떠오른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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