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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참된 빛은 눈부시지 않다

"우리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둠에 불과하다".

문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탁월한 통찰이다.

그는 생의 대부분을 눈을 감게 만드는 눈부신 삶보다 소박하고 천연한 삶을 지향하여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행하였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참과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자유인이었다.

그의 말과 담고 있는 의미가 비슷한 한자말로 노자와 공자가 설파한 '진광불휘(眞光不輝)'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참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 또는 '참된 빛은 눈부시지 않다'는 정도가 되겠다. 훗날 선사들은 이 말을 불교의 관점에서 해석하여 깨달음의 경지와 그 드러나는 모습을 상징과 은유로 표현할 때 자주 빌려 쓰고는 했다.



진광불휘의 유교적 의미는 참된 빛은 광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고 함부로 빛을 발하지도 않아 속된 사람들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한 사람의 됨됨이나 참모습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키워 지니고, 겸양과 화합의 미덕을 몸과 마음을 닦는 수신의 덕목으로 삼도록 권면 했던 것이다.

아무튼 참된 빛은 마음을 '비움'에서 발현된다. 노자는 수레바퀴를 돌아가게 하는 것은 바퀴의 중심축이 비었기 때문이며, 바람을 뿜어내는 풀무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것과 피리가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이들 안이 비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움의 신묘한 작용인 묘용이며 비움의 미학이다.

마음 비운 그 자리는 순수의 완성이며 더 없는 평온의 자리이고 참된 빛의 산실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은 '이기적 자아'로 해서 파생된 온갖 번뇌와 미혹의 장애물로 출렁인다. 그런 불순한 마음의 에너지가 사무치는 성찰과 명상을 통해 정화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움은 상실이 아니기에, 그 공간은 이기적 자아의 소멸에 반드시 뒤따르는 이타적 자비심으로 충만해지며, 종국엔 사랑과 자비라는 종교적 궁극의 성취로 참된 빛을 발하게 되는 역설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참된 빛은 화려하지 않게 빛난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아도 자연한 그 빛은 어느 누구도 극복할 수 없는 자유한 자의 호호 탕탕한 '힘'이며 생명과 상생의 빛이다.

반면에 근거 없는 자만과 턱없는 우월감, 분수에 넘치는 허영과 명예욕, 이기적 욕망, 작위 등의 불순한 감정들은 열등감의 측은한 발로와 다름없다. 그런 감정에 매몰된 마음에서 발산되는 빛은 화려하다. 아니, 현란해야한다. 그러나 눈을 감게 만드는 그 눈부신 빛은 단지 허망한 빛일 뿐이다.

컨대 참된 빛은 자연스레 빛나는 순수한 빛이며 고결하고 상서로운 아우라이다. 그 향기는 사향과 같아서 지니면 저절로 은은히 퍼져나간다. 그것을 야보도천 선사(12세기 남송)는 이렇게 시로 돋우었다.

이보시게들, "조개 속에 진주가 숨어 있고/ 돌 속에 벽옥이 들어 있듯이/ 사향을 지니면 절로 향기로운데/ 무엇 하러 바람 앞에 서려하는가".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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