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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잔나비' 해이기를

이기준 시카고중앙일보 논설위원

포유류로 인간과 같은 영장목(靈長目)에 속한 원숭이 무리는 전 세계에 10과(科) 50속(屬) 무려 2백여종이나 된다.

체중 50g짜리 애기원숭이부터 30∼40kg의 침팬지, 50∼60kg의 비비, 2백kg의 고릴라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꼬리있는 것을 ‘Monkey’, 없는 것을 ‘Ape’라고도 한다.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원숭이 무리의 IQ는 50쯤 된다고 한다. 유인원(類人猿)이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

찰턴 헤스턴 주연으로 지난 1968년 개봉된 영화 ‘행성탈출(Planet of the Apes)’ 은 원숭이 무리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미래의 어느 날 인간보다 더 진화한 원숭이 무리가 인간을 사육하고 사냥하기도 하는 것이다. 충격적인 이 영화는 2001년까지 속편들이 속속 제작됐다.



12지(支) 중 9번째 동물인 원숭이를 우리 선조들은 ‘잔나비’ 로 불렀다. 어원(語源)은 이 동물을 뜻하는 ‘납(申)’ 즉 ‘나비’ 에 ‘재빠르고 날쌔다’ 는 뜻의 ‘재다’ 가 ‘잰’ 으로, 다시 ‘잔’ 으로 음운변화를 거쳐 앞에 붙어 ‘잔나비’ 가 됐다 한다. 오늘날의 ‘원숭이’ 가 된 것은 18세기부터다. 한자어인 ‘원성(猿猩)이’ 에서 ‘원승이’ 로, 다시 ‘원숭이’ 로 변했다는 것이다.

우리 민속에서도 잔나비는 장난꾸러기면서 재주가 많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은 영특하고 재주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잔나비 띠는 재주가 있다’ 는 속담도 생겼다. 중국 4대 기서(奇書)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도 재주많은 원숭이 즉 손오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경을 구하러 서역 10만리 험한 길에 오른 삼장법사를 호위, 신출귀몰한 꾀와 힘으로 온갖 요괴와 마귀들의 공격을 물리치는 것이다. 우리 고국의 왕궁·사찰 등의 용마루나 추녀에도 손오공·저팔계·사오정 등 5∼9개 상(像)이 장식돼 있는 것을 흔히 본다. 이 역시 사악한 마귀나 귀신의 재앙을 막아준다는 뜻에서다.

반면 원숭이는 신중하지 못하고 몹씨 경박스런 동물로 치부되는 경우도 많다. ‘잔나비 밥짓 듯 한다’ 는 생각없이 경솔하고 천박한 행동을 두고 질책하는 속담이다. ‘잔나비 잔치’ 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의 겉흉내만 내는 것을 일컫는다.

자기 재주만 믿고 세상 넓은 줄 모르거나 깊이가 없는 잔꾀로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는 그런 원숭이가 대상인 대표적인 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는 말도 있다.

갑신년에는 재수없거나 불미스런 사건도 있었다. 바로 육갑 즉 육십갑자(六十甲子) 60년 전인 1944년은 일본제국주의가 망하기 바로 직전 막바지 발악을 해대던 해였다. 그 바람에 이 해 더많은 우리 국민들이 징용으로 끌려갔고 민가마다 겪은 온갖 수탈이 극에 달했다.

이보다 앞선 60년 전인 1884년(고종 21)은 갑신정변(甲申政變)이 일어났다. 김옥균·박영효 등 개혁·개화파와 민영익·민승호 등 보수파간 싸움으로 나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수많은 희생 끝에 개혁·개화파는 한 때 정권을 장악했지만 3일 천하로 끝났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몹씨 컸다.

갑신정변후 1백20년만에 맞는 올 갑신년은 우리 고국에서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점치는 역술가들이 많은 모양이다.

북핵문제도 그렇거니와 보수·진보, 좌·우익 다툼에 계층간 갈등마져 더욱 극심해져 사회혼란은 당시에 못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온 우리 고국의 혼란스런 정치사회 꼴로 보아 가능성이 충분히 짐작되는 터다.

우리 속담에 ‘×× 육갑떤다’ 는 말이 있다. 언행이 도무지 못마땅할 때 나오는 욕이다. 원래 능력이 닿지 않는 자가 육십갑자를 꼽으려 한다는 비아냥이다. 갑신정변으로부터 육갑을 두번째 맞는 올해는 제발 우리 고국에서 ‘육갑떠는 자들’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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