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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포화 속 팔레스타인 아이들

김완신/논설실장

'무고한 생명들이 너무나 많이 죽어가고 있다.'

LA타임스 21일자 1면 톱기사의 헤드라인이면서 동시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교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반 총장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즉각 양측이 휴전할 것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남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공습 중지를 요청하고 있지만 2주일을 넘어서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스라엘측은 "유감스럽지만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혀 전면전의 위기까지 고조되는 상황이다.

사망자가 이미 600명을 넘어섰고 20일 하루에도 약 1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의 80%가 민간인이고 이중 20%는 어린이들이다. 지난 16일 가자 서부해안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두 차례 공습으로 9살에서 11살에 이르는 아이 4명이 숨졌다. 어른들의 전쟁에 순진한 아이들 목숨이 포탄의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군 탱크나 차량에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돌을 던져도 체포돼 심문을 받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은 금지선인 이슬람 사원까지 이어졌다.



가자지구뿐 아니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항공 참사로 탑승 어린이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이 비행기에는 동남아시아로 가족단위 휴가를 가던 승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에는 인형, 그림책, 장난감 조각들이 다수 발견됐다. 민간 항공기 추락에 의한 사망이지만 근본 원인은 우크라니아 내전 사태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비행기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근거지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 발사된 미사일은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이다.

이전의 전쟁은 군인들의 싸움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기록을 보면 사망자의 대부분을 군인(95%)이 차지하고 민간인 사망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러 민간인 사망자가 처음으로 군인을 앞섰다. 군인 전사자(33%) 보다 두 배 가까운 민간인 희생자(67%)가 발생했다. 민간인 희생자 증가추세는 20세기말 이후 세계적으로 분쟁지역이 늘어나면서 계속됐다.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각종 전쟁과 내란 등으로 사망한 사람의 90% 이상을 민간인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사망자 중 반수가 어린이여서 충격을 준다. 이 기간 전쟁으로 숨진 어린이의 수가 군인을 앞설 정도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1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성년의 나이에 소년병으로 차출돼 전장에서 죽는 아이들도 늘었다. 소말리아, 남수단, 콩고, 말리 등 아프리카에서는 18세 미만의 아이들이 전쟁터로 끌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고 있다. 르완다 분쟁은 어린이 수십만명이 학살당하는 참극을 빚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어른들의 싸움에 어린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종교와 이념과 민족을 위해 나선 의로운 전쟁도 아이들의 죽음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어린 생명에 우선하는 거룩한 명분은 없다. 무고한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싸움은 전쟁이 아니라 범죄다. 용서받지 못할 악행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포성이 멈추고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다시 들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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