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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특정 인종을 향한 편향된 차별의식

오세진/사회부 기자

우리에게는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기적 편향'이라 한다. 그런데 한인들이 유독 집단적으로 이 이기적 편향을 보이는 대상이 있다. 바로 멕시코, 남미 지역에서 온 사람들, 히스패닉이다.

한 한인 단체장은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인들의 성실함 덕분에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전체가 오늘날의 발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같은 날, 한인타운 관할 경찰서인 LAPD 올림픽경찰서에서는 범죄 피해를 당한 한 한인이 경관들에게 "히스패닉들이 타운을 망치고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마주한 한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한인들이 LA를 발전시켜 놓았더니, 히스패닉들이 말썽을 일으켜 엉망이 되고 있다'이다.

경찰서를 찾았던 이 한인은 히스패닉 남성과 다툼까지 벌였다. 사정은 이렇다. 이 한인은 이날 새벽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차에서 전자기기와 가방, 현금 등이 털렸다. 경찰서에 와 신고를 마치고 나가면서도 그는 분을 못 참고 "F**k 멕시칸, F**k히스패닉"이라고 소리쳤다. 우연히 옆을 지나다 이 말을 들은 히스패닉 남성이 이에 발끈하면서 둘의 다툼이 시작된 것이었다.

멀쩡히 지나는 히스패닉 남성에게 심한 욕설을 내뱉은 꼴이 됐다. 본인은 혼잣말이었다는 변명을 했지만 심각한 인종차별적 발언이기도 했다. 중재에 나선 경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더 놀랍다. 당시 수사 상황으로는 용의자가 히스패닉인지, 한인인지, 또는 백인인지 흑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 한인은 '용의자는 히스패닉일 것'이란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심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체 무슨 근거로 앞세운 우월감이자 천대인가.



히스패닉을 멸시하는 한인들의 모습은 자주 마주했다. 취재 중 우연히 알게 된 한 한인 여성은 회사 근처의 한 도너츠 가게를 가리키며 "위치도 좋고 맛도 좋은데 안 가요. 히스패닉들만 가는 곳이거든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지난 6월 한 30대 한인은 월드컵 단체 응원에 대해 "히스패닉들이나 시끄럽게 축구를 보지 나까지 그래야합니까"라는 퉁명스러운 말을 뱉었다. 지인의 입에서도 "게으른 사람들이니 화장실 청소나 해야 한다"는 비아냥이 있었다.

아닐 거라 믿고 싶지만 인정해야 겠다. 우리도 모르게 내재된 참으로 못된 심성이다. 백인 앞에서는 어떤가. 주류인 이들 앞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작아져 그들의 의식주를 비롯해 특정 말투까지 교과서로 삼지 않는가.

주류 언론은 한인 사회를 LA의 핵심 커뮤니티로 인정하고 한인들의 이슈를 보도한다. 한국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10대 경제대국이자, 문화와 IT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인식한다. 그러나 정작 의식은 외모가 다르고, 생활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정 인종을 무시하는 수준 이하다.

주류 사회 역시 인종 문제로 시끄럽다. 이민법 등 제도적 혁신에 대한 과제가 산더미다. 한인 사회가 이 과제를 앞장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그때서야 비로소 '한인들의 관용과 배려로 미국 사회가 발전했다'는 말 한 마디 조심스레 해 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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