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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시간…먼저 간 할머니들 몫까지" 절규

LA 온 일본군 성노예 피해 두 할머니

"일 정부 공식 사죄 받아
내 이름을 되찾고 싶어"
오늘 타운 후원행사 참석
성노예 실상 생생한 증언


꿈많던 15살 소녀가 이름을 잃었다. 힘없는 나라에 태어나 가족을 잃고, 모든 것을 잃었다. 이유없이 끌려가 짓밟히던 그 날부터 그는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대신 일명 '위안부'가 됐다. 그리고 2014년 오늘도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증언해야만 한다.

23일, LA를 방문중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강일출(86).이옥선(87) 할머니를 만났다. 죽기전, 일본정부의 공식사죄를 받아 제 이름을 찾고 싶다는 두 할머니는 수천번, 수만번을 되풀이한 그날의 기억을 내뱉으며 또 눈물을 지었다.

- LA까지 힘든 걸음을 했다.



강일출 할머니(이하 강): "우리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나도 사람인데) 남의 나라까지 가서 옛날 기억 들출 때마다 속에선 피눈물이 나지만…. 내가 일본군에 끌려갔을 땐 우리 나라가 힘이 없었다. 우리 후세들이 이런 일을 안 당해서 천만 다행이다.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는 일본의 말을 들을 때면, 그 놈의 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져도 시원치 않다."

- 길거리에서 일본군에 끌려갔다고 들었다.

이옥선 할머니(이하 이): "이야기가 길다. 세상에 태어나 원한 건 학교 한번 가보는 거였는데, 집이 참 가난했다. 양딸로 삼아준다는 집에 가면 학교 갈 수 있단 말에 마냥 좋아했다. 우리 어머니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보냈는데…실상은 양딸이 아니고, 식모였다. 계란 하나 먹었다고, 일을 못한다고 주막에 팔렸는데 밤길에 심부름 가다가 일본군에게 붙잡혔다. 우는 나를 물건처럼 차에 내던졌다. 그런데도 위안소가 없었다고? 다 장부가 있다. '어디에서 잡은 여자애를 어디 부대로 보냈다'는 서류가 있는데도 모르는 척 하는 일본의 낯짝이 소가죽보다 두껍다."

- 어렸을 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나.

이: "내가 어렸을 때, 뜀박질을 참 잘했다. 가장 큰 꿈은 학교에 가서 글을 읽는 것이었고, 육상선수도 하고 싶었다."

강: "나라에 쓸모가 있는 사람. 농사지은 쌀, 보리를 일본에 뺏기지 않는 강한 사람."

대화 도중, 두 할머니의 까만 손등, 이곳저곳 갈라진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물 한모금, 밥 한숟가락 얻어먹지 못한 채 매맞은 날이 셀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파마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배시시 미소를 지은 두 할머니는 그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 이야기를 꺼내다, 세상을 떠난 옛 룸메이트들이 생각났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 최근 피해 할머니들이 여러 명 세상을 떠났다.

이: "우리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렇게 될 텐데…. 살아있는 동안에는 내가 먼저간 할머니들의 몫까지 해야한다. 이름도 못 찾고, 미안하단 소리 한번 못 듣고 죽은 할머니들이 너무 안 됐다. 내 이름도 찾아야 한다. 일본군에 끌려 중국땅을 떠돌다 60년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내가 죽은 줄 알고 사망신고한 부모도 없고, 고향집도 없었다. 여기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는데, 살아 있는데… 일본은 알아야 한다. 내가 여기 안 죽고 살아있다는 걸."

- 계속 증언을 할 건가.

강: "역사문제는 모두가 알아야 한다. 괴롭지만 교과서에도 내고, 제대로 가르쳐서 이런 일이 다신 없게 해야한다. 그게 자녀를 위한 길이다. 여든 넘게 살아봐도 우리 부모만큼 날 사랑해준 사람은 없었다. 하늘나라에서 우리 엄마, 아빠 만나기 전에, 이 문제는 꼭 해결하고 가고 싶다."

두 할머니는 오늘 LA한인타운 가든스위트 호텔에서 열리는 포럼 후원행사에 참석 자신들이 겪었던 성노예 실상을 증언할 예정이다.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며 입장권은 참석자 1명당 100달러, 학생은 50달러, 후원참석자는 250달러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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