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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온라인 생일 축하잔치

최주미 / 조인스 아메리카 차장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요즘 온라인 서비스에는 초인종이 달려있다. 친구가 새 글을 올렸어요 딩동, 내 글에 친구가 댓글을 달았어요 딩동,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어요 딩동-.

초인종이 울리면 만사 제치고 달려나가지 않을 수 없다. 번잡스러운 소리는 꺼놓을 수도 있지만 말갛게 떠오르는 빨간 풍선조차 외면하긴 어렵다. 새 뉴스가 항상 거기 놓일 테니 생각나면 찾아와 봐라, 는 '아웃풋'의 액션이 아니라 직접 다가와 귓전에 속삭이는, 눈 앞에서 미소 지으며 잡아끄는 적극적인 유혹의 '알럿'은 최근 온라인 서비스의 대세다.

그 중에는 생일 알림 서비스도 있다. '업커밍 이벤트' 로 누군가의 생일이 곧 닥칠 것임을 며칠 전부터 예고하고, 당일이 되면 오늘이 생일이다, 선물이나 메시지를 보내겠느냐고 부담 100배 짜리 질문을 거침없이 들이댄다. 친구의 온라인 페이지는 이미 발빠른 방문객들이 보내온 케이크나 꽃이 담긴 사진, 달콤한 고백이 담긴 뽀얀 이미지와 축하 인사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한마디 대열에 끼지 않았다가는 미운털이 박힐 지경이다. 알림을 보고도 무시했다는 명백한 물증이 남기 때문에 관계조차 껄끄러워질 위험이 있다.

일년 365일 중 단 하루, 나만의 날로 공식 인정된 생일날에 기왕이면 축하와 관심에 싸여 황홀한 기분을 맛본다면 참 좋은 일이다. 돈 한푼 안 드는 온라인의 축하 인사에는 더 더욱 아낄 무엇도 없다. '주고 받는 행복'을 부담없이 누리는 이벤트이자 생활의 잔재미다. 부지런히 인사를 챙기면 내 생일에도 그만큼 화사한 메시지들이 페이지에 꽃처럼 피어난다. 비록 수첩에 고이 적어두었던 생일날 깜짝 선물이나 카드를 보내오는 깊은 마음씀씀이에 감동하는 맛은 없지만, 엎드려 절받기도 능력인 시대다.



재미있는 것은 SNS의 흔한 생일 축하 퍼레이드 뒤에 놓인 심정적 메시지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내 생일을 친구들에게 '푸시' 하려면 반드시 개인 프로필에 생일 날짜를 입력하고 이를 친구나 방문자에게 공개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죄지은 것도 아닌데 굳이 감출 일도 없다는 생각으로 무심히 열어둔 사용자가 물론 대부분일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생일 좀 알아줘, 축하해줘' 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뿌린 셈이 된다.

그런데 미국의 자연치료 의사인 말로 모건이 호주 원주민들과의 체험 기록을 담아낸 책 '무탄트 메시지'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철렁했다.

"왜 생일에 촛불을 켜고 케이크를 만들어 축하를 하지요? 나이를 먹는 게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나이를 먹는 데는 어떤 노력도 들지 않아요. 나이는 저절로 먹는 겁니다. 우리는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나아지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잔치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잔치의 주인공이지요."

성장하는 것만으로 축하받는 것이 당연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성숙'의 길 위에서 매해 생일을 맞으며 들뜬 축하 샴페인을 스스로 터뜨리자니 어쩐지 머쓱했던 무엇의 실체가 덕분에 명확해졌다. 그리고 가볍게 치러지는 온라인의 생축 잔치일지라도 잔치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말할 수 있을 때, 비공개로 묶어둔 생일 정보를 기쁘게 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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