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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캘리포니아, 왜 쪼개려고 하나

이종호/논설위원

태양과 바다, 산과 계곡, 자동차와 와인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캘리포니아에 오기 전 가졌던 환상이다. 그러나 8년여를 살면서 그런 환상은 상당 부분 깨졌다. 대신 그 자리엔 재정적자, 부실교육, 취업난, 다민족 갈등 같은 것 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래도 여전히 캘리포니아는 기쁨과 감사의 땅이다.

캘리포니아는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와 함께 미국 50개주 중 수퍼파워 4개 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는 여러 면에서 압도적이다. 경제력은 독립 국가로 가정하면 세계 7~8위 수준이다. 인구도 2013년 7월 현재 3800만명이 넘어 가장 많다. 2위는 텍사스(2645만), 3위는 뉴욕주(1965만)다. 면적은 남북한 합친 것의 2배 이상으로 알래스카, 텍사스에 이어 3번째다.

자연 풍광 역시 캘리포니아만한 곳이 드물다. 미국엔 모두 59개 국립공원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은 9개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요세미티, 레드우드, 세코이아, 킹스캐년, 데스밸리, 라센 화산, 조슈아트리, 채널아일랜드 그리고 2013년 지정된 피너클스 국립공원이다. 2위는 8개가 있는 알래스카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땅이 된 것은 채 170년이 되지 않는다. 1542년 스페인 탐험가 후안 카브리요가 샌디에이고만을 탐험한 이래 줄곧 스페인 지배를 받았다.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캘리포니아도 멕시코령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결과 뉴멕시코, 콜로라도,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와 함께 미국에 편입됐다.

1849년부터 '골드러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1850년 미국의 31번째 주가 되었다. 이후 캘리포니아는 꿈과 희망의 땅이 됐다. 온화한 기후, 풍부한 농산물, 발전된 산업, 유수의 명문대학 등은 20세기를 캘리포니아의 세기로 만들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 등은 캘리포니아가 21세기에도 여전히 미국의 미래임을 웅변한다.

그런 캘리포니아에 요즘 또 다른 부정적 이미지가 더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몇 년째 계속되는 가뭄과 기록적인 더위, 산불 같은 자연의 위협 때문이다. 그 와중에 최근 캘리포니아 분할론까지 나와 당황스럽다. 벌써 20회 이상 나온 분할 주장이다. 이번에는 북, 중, 서, 남, 그리고 실리콘밸리와 오리건 접경(제퍼슨) 등 모두 6개 주로 쪼개자는 것이다. 이미 130만 명 이상이 서명했고 2016년 11월 선거 때 주민투표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분할의 표면적 이유는 행정의 불편과 낙후 지역의 소외감이다. 실리콘밸리 등 일부 잘 사는 지역의 이기심도 작용했다. 왜 우리만 불이익을 당해야 하나, 왜 내가 낸 세금이 다른 지역에 쓰이나 하는 불만들이 '이제는 우리끼리'라는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쪼개진 캘리포니아를 원하는 미국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분할론자들이 중국의 티베트나 러시아의 체첸, 아니면 이라크의 쿠르드, 우크라이나의 친러 세력같이 목숨 걸고 싸우는 민족주의 분리독립 운동가들도 아니지 않는가.

결국 캘리포니아 분할론은 소외자들의 불만 분출구일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지역도 좀 봐 달라'는 투정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이런 소리가 계속 나와서 좋을 것은 없다. 미미한 개미굴 하나가 견고한 제방 둑을 무너뜨린다고 했다. 작은 불평, 하찮은 불만도 뭉치고 쌓이면 조직을 위협하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소수의 의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캘리포니아 분할론에서 건져야 할 교훈이다.

한마디만 더. 쪼개진 나라 출신인 것이 아픔인 나로서는 지금 사는 이 곳은 나뉘지 말고 더불어 함께 사는 땅으로 그냥 남았으면 싶다. 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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