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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미 심장부서 펼쳐진 한인 풀뿌리 활동

한인 물결, 연방의사당 뒤덮었다

30일 미 정치권의 심장부인 워싱턴DC 연방의사당 풍경은 평소와 약간 달랐다.

오전 10시 어린 고교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200여 명의 한인들이 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낸 것.

의사당에서 아시안들의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다는 한 청소직원의 말처럼 이날은 한인들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한인들이 이날만큼은 의사당 곳곳을 누비며 연방의원 사무실의 문을 연신 두드렸다. 그리고 손에 쥔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법안(HR1812) 통과 청원서를 이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은 40여 명의 하원의원들에게 전했다.



올해 처음 열린 미주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의 현장이다.

이 행사는 유대계 미국인들이 가진 힘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처럼 미국 내 한인 정치력을 결집 우리의 현안을 정치권에 투명하게 전달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날 뉴욕.뉴저지.버지니아.메릴랜드.캘리포니아.텍사스.조지아.일리노이.플로리다.매사추세츠주 등지에서 모인 한인들은 대부분 처음으로 의사당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열성적으로 풀뿌리 로비 활동을 전개 많은 의원들의 감탄을 끌어냈다.

"바쁜 하루"라는 말로 한인들을 맞은 빌 파스크렐(민주.뉴저지 9선거구) 하원의원은 첫 인사와는 달리 30여 분이나 할애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파스크렐 의원은 자신을 찾아온 4명의 시민참여센터 소속 고교생 인턴 및 풀뿌리 단체 관계자들과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법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그는 대화 내내 "질문하라"고 요청하며 "정치는 요구하는 것이고 정치인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의 풀뿌리 로비 활동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파스크렐 의원은 "현재는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의 국익에 분명 도움이 되지만 한국인 전용 비자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인 학생들의 풀뿌리 로비 활동에 대해서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법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는 "(내년에) 또 봅시다(Come again)"는 말로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조셉 크라울리(민주.뉴욕 14선거구) 하원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 1000명이 서명한 법안 통과 청원서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보좌관들에게 법안에 대한 연구를 지시하겠다"며 "이렇게 직접 의사당을 찾아와 로비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smart) 전략"이라고 말했다.

크라울리 의원은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인다는 법안에 찬성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크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라크전에서 다리를 잃은 상이용사 출신으로 유명한 타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8선거구) 하원의원은 한인들의 방문을 가장 반긴 의원이었다.

덕워스 의원은 일리오이주에서 온 한인 유권자 단체 'KA보이스' 관계자들이 사무실을 찾자 가장 먼저 나와 인사하는 성의를 보였다. 한인 일행 중 어린아이에게는 자신이 이라크전에서 사용했던 철모와 군복을 입혀주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덕워스 의원은 "한국인 취업비자 전용 법안에 대해 당 내에서 이민 법안의 하나로 보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찬성이 쉽지 않다"면서도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종하 KA보이스 회장은 "풀뿌리 컨퍼런스에 오기 전에 덕워스 의원과 연락해 만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정치권에 돈이 아니라 표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전국의 한인들이 결집하는 풀뿌리 컨퍼런스가 정말 중요하다.

한인들의 관심과 지지가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의원들이 깨닫는 순간 한인 정치력은 지금보다 휠씬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들의 방문에 한국인 전용비자 법안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의원도 있다. 존 컬버슨(공화.텍사스 7선거구) 하원의원은 텍사스주 한인들에게 "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흔치 않은 흑인 의원인 대니 데이비스(민주.일리노이 7선거구) 하원의원은 하루 종일 미팅이 잡혀 있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후 5시가 넘은 다소 늦은 시간에 한인들을 따로 불러 만나는 정성을 보였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와는 오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며 "한인은 물론 아시안 유권자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올 여름 3명의 인턴을 아시안 학생들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 외에도 스콧 가렛(공화.뉴저지 5선거구)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6선거구) 등 10여 명의 의원들이 직접 한인들과의 대화에 나섰으며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는 "이 같은 대규모 풀뿌리 로비 활동은 그 어느 소수 민족에서도 보기 어렵다"며 "첫 해 행사임에도 조직적으로 활동이 이뤄져 효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며 "다음 행사는 좀 더 미리 준비해 더 많은 한인들이 정치 심장부 현장에 모여 풀뿌리 로비 활동을 펼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인들의 풀뿌리 활동은 의사당 밖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로비 활동 후 의사당 인근 하얏트리전시 호텔에서 열린 연방하원 위안부 결의안 채택 7주년 기념 만찬에는 20여 명의 연방의원들이 찾아왔다.

김동석 상임이사는 "의사당 밖에서 열리는 행사에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찾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한인들이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옥선(87).강일출(86) 등 위안부 할머니들도 만찬에 참석 그 의미를 더 했다.

이날 행사는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박명근 뉴저지경제인협회장은 "전국의 각 의원 선거구에 있는 한인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정치인은 투표하는 유권자의 의견에 가장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며 "오하이오주의 한 의원 보좌관을 만났더니 이 지역에 있는 한국타이어 연구센터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인 취업비자 법안 추가 자료를 주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를 주지 못해 다소 아쉬움이 있었는데 만약 이 지역 한인이 왔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현주 뉴저지한국학교 교장은 체계적인 로비 전략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당 의원들을 만나다 보니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성향과 관심사가 다르다. 이에 맞는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한인사회의 관점을 중심으로 설득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에 함께한 것에 대한 보람을 말했다. 한 참석자는 "오늘은 이민 와서 가장 기쁘고 감격적인 날"이라며 "정치는 잘 모르지만 행동을 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을 쪼개 밤새 운전한 보람이 있다. 내년에도 한인 풀뿌리 정치 활동의 현장을 찾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 DC=서한서 기자 h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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