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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어머니의 미니스커트

강명구 독자

1960년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보면 여자들끼리도 '업소'에 나가는 여자라고 수군거렸었다. 그러더니 하나 둘씩 입기 시작하면서 유행이 됐다. 아마 어머니가 미니스커트를 입은 것은 부러워하면서도 수군거리는 모순을 조금 더 즐기고 난 뒤였을 거다.

어머니가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은 날이 어느 해, 어디로 갈 때인지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머니의 상아색 치마가 무릎 위에서 10cm쯤 올라갔던 것은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짧은 스커트의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은 보기에도 발랄했고 자신감 있는 젊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 전에 어머니 외출복은 주로 한복이었으나 월남치마도 입었고, 무릎 아래 중간쯤에서 멈추는 주름치마도 입곤 했었다.

당연히 그러려니하고 방기하다시피 한 어머니의 슬픈 다리. 어머니의 다리는 해방과 전쟁을 넘어 가난의 질곡을 버텨 온 큰 기둥 같은 다리이다.

미니스커트의 어머니 모습에는 회초리를 든 강한 어머니도 있었고 살려고 애쓰는 치열함도, 돌아서 눈물 흘리는 여인도 있었다. 어머니의 다리는 나에게 잠시 아름다움이었다가 슬픔이고 어쩔 수 없는 좌절이다. 지금 더 이상 팽팽하고 윤기나는 다리는 아니지만 그 두 다리가 지금껏 나를 떠받쳐준 억센 기둥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직도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더 팽팽하고 윤기가 흐르며 싱그럽다. 나는 지금 아무도 부르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어머니가 여자란 사실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보배씨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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