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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고 엉성해도 '은하계는 우리가 지킨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임스 건 감독 & 주연배우

[LA중앙일보] 발행 2014/08/01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4/07/31 16:40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의 세계관을 은하계 우주로 확장한다. 엉뚱하고 허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영웅들이 꾸미는 소동은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과 함께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Marvel 제공]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의 세계관을 은하계 우주로 확장한다. 엉뚱하고 허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영웅들이 꾸미는 소동은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과 함께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Marvel 제공]

스타 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

스타 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

가모라 역의 조 샐다나

가모라 역의 조 샐다나

로켓 역의 브래들리 쿠퍼

로켓 역의 브래들리 쿠퍼

그룻 역의 빈 디젤

그룻 역의 빈 디젤

드랙스 역의 데이브 바우티스타

드랙스 역의 데이브 바우티스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좀 모자라고 엉성한 수퍼 히어로들의 조합이다. 쟁쟁한 영웅들이 가득한 마블 작품들 가운데서도 그리 많은 스포트라이트나 대접을 받지 못한 우주의 떠돌이들이 주인공이다.

근사한 영웅의 면모 대신, 얍삽하고 찌질하거나 멍청하고 무식한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래서 영화는 더욱 친근하고 정이 간다. 수퍼 히어로 치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스타 로드(크리스 프랫), 뻣뻣한 여전사 가모라(조 샐다나), 말많고 못미더운 돌연변이 너구리 로켓(브래들리 쿠퍼), 어눌하고 단순한 나무인간 그룻(빈 디젤), 근육바보 드랙스(데이브 바우티스타)까지, 예쁜 구석 하나 없는 캐릭터들 하나하나에도 어느덧 몰입하고 마음을 쓰게 된다.

은하계로 확장된 공간적 배경과 그에 따라 한층 커진 액션의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달하는 진솔한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도 그 덕이다.

지난달 19일 버뱅크에 위치한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배우들은 이 모든 공을 감독인 제임스 건에게 돌렸다. 반대로 제임스 건의 한마디 한마디에선 배우들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묻어났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소개한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작품들 가운데서도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만화다. 캐릭터들 역시 일반적 마블 영웅들과는 차이가 있는데.

제임스 건: 그래서 오히려 자유로웠다. 평범한 마블 세계에 끼워 맞춰 들어가려 했다면 오히려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작품이 갖고 있던 장점들을 차용하는 동시에 내가 원하는 새로운 시도도 맘껏 할 수 있었던, 내 영화 인생 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도였다. 어린 시절 나는 여러 다른 행성과 태양계에 완전 매료돼 있었다. 각기 다른 외계 종족과 그에 맞는 주거 환경, 애완 동물 등을 상상해 그림으로 그리곤 했는데, 이번 영화는 마치 그때로 돌아가 재미난 우주를 창조해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 스타 로드의 캐릭터가 아주 흥미롭다. 역할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크리스 프랫: 내가 한 일은 감독인 제임스 건을 신뢰하는 것 뿐이었다. 과감한 시도도 해보고, 완전히 실패도 해보고, 때론 민망함도 극복해 가면서 그렇게 그를 따라갔다. 이번 영화에서 캐릭터에 대한 내 접근은, 그저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자세로 내가 믿는 감독을 따른 게 전부다. 스타 로드의 캐릭터는 내가 만든게 아니라, 제임스가 나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 드러난 것 뿐이다. 물론 이런 역할엔 처음 도전해본 것이다 보니,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연기란 시행착오를 통해 계속해서 더 좋아지는 과정인듯 하다.

- 지금까지의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이미지는 수퍼히어로를 연기하기에 적절한 타입은 아니었다. 어떻게 스타 로드 역에 도전하게 됐나.

크리스 프랫: 대중도, 나 자신도, 내가 수퍼 히어로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말 좋았던 점은, 이번 영화 자체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었다는 거다. 사람들이 내가 수퍼히어로에 안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제임스가 이 역할을 어떻게 만들건지에 대해 그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못했었기 때문일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를 찍기 전, 약간의 정체성 고민이 있었다. 난 코미디언일까 아니면 액션 배우일까, 나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둘 다를 보여줄 수 있는 역을 해보겠다 생각을 했는데, 마침 매니저가 계속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어때?'라고 물어왔다. 한번 해보기나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마침 제임스가 자기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배우를 원한다고 하더라. '그래, 내 걸 보여주고 안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고 오디션을 봤다.

- 감독 입장에서는 어떻게 크리스 프랫을 스타 로드 역으로 뽑았나.

제임스 건: 크리스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캐스팅 디렉터 새라 핀 덕이다. 새라는 계속해서 크리스 사진을 가져 와 나에게 보여주며 한번 만나보라고 끈질기게 권했다. 내 반응은 '그 '파크 앤 레크레이션'에 나오는 퉁퉁한 사람 말이야? 글쎄...' 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하루는 새라가 덜컥 크리스를 오디션장에 데려왔다. 내 동의도 없이 마련된 자리라 살짝 화가 나 있었는데, 크리스가 오디션장에 들어와 대본을 읽기 시작한지 딱 20초 만에 '맙소사, 바로 이 사람이다!'하고 말았다.

- 어떤 면이 그랬나.

제임스 건: 크리스를 만나기 전 20명도 넘는 배우들을 데리고 스크린 테스트를 했다.유명 스타도 있고 이름 없는 배우도 있었다. 몇몇은 꽤 잘했지만, 나를 완전히 사로잡진 못했다. '아이언 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랬듯, 대본에 적혀 있는 내용을 넘어 설 수 있는 사람을 원했는데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크리스는 달랐다. 대본을 읽는 내내 자기 자신 같기도 했고, 스타 로드 같기도 했다. 때론 배우와 캐릭터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는데, 크리스와 스타 로드 캐릭터가 딱 그랬다. 좀 퉁퉁하긴 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월등히 훌륭했다. 이제 세상도 퉁퉁한 수퍼 히어로를 맞이할 때도 된 것 같다. (웃음)

- 가모라와 '아바타'에서 연기한 네이티리 모두 강인한 여전사인데.

조 샐다나: 공통점을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차이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가모라는 어릴적부터 강제로 끌려와 폭력과 범죄에 노출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인물이다. 반면 네이티리는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난 캐릭터다. 네이티리는 거짓말을 한 마디도 못하는 성격인데 반해, 가모라는 허슬러에 가깝다.

- 가모라의 액션 스타일도 특이하다.

조 샐다나: 난 가모라가 전형적이고 평범한 액션을 선보이는 걸 원치 않았다. 대신 무언가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남편의 동료가 직접 찍은 투우사의 경기 장면을 보게 됐는데, 그 부드럽고 유혹적인 춤과 같은 움직임을 보며 '이거다!' 싶었다. 이미 전문가들인 스턴트 코디네이터들이 만들어 놓은 액션 안무가 있어서 조심스럽긴 했지만, 제임스에게 말하니 원하는대로 한 번 해보라며 허락해줬고 스턴트팀 역시 이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여 줬다.

- 마블 세계에 처음 입문해 나무인간인 그룻을 연기해 본 소감이 궁금하다.

빈 디젤: 프로듀서 케빈 파이기가 전화해서 캐스팅 제의를 할 때만 해도 내가 맡게 될 역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나중에 케빈이 콘셉트 아트 책을 보내줘서 아이들과 함께 보며 '아빠가 무슨 역을 맡았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나무인간을 고르더라. 좋은 신호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합류하게 됐던 작년 12월은 내게 있어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나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소중한 이의 죽음('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함께 했던 동료 폴 워커의 사고)을 경험하고 난 후, 다시 사람들과 일을 하기 위해 돌아온 첫 현장이었기에, 그룻처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역할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큰 의미가 있었다. 나에겐 심리치료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마친 후 아이들을 데리고 시사회에 다녀왔더니, 그 다음부터 애들이 나무만 보면 아빠의 형제자매 아니냐고 묻더라. 참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 대사는 '아이 엠 그룻'이 전부였는데.

빈 디젤: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지만, 내 대본을 보면 매 대사마다 한 페이지에는 '아이 엠 그룻' 한 줄이 적혀있고 맞은 편 페이지에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장문의 설명이 써 있었다. 제임스 건은 그만큼 캐릭터의 아주 작은 뉘앙스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주는 감독이었다. 요새 할리우드에서는 이만큼 배우들을 사랑해주는 감독을 만나기가 힘들다. 그 사랑이 영화 속에 다 녹아 들어 빛나고 있기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이렇게 멋지게 나온 것 같다.

제임스 건: 빈 디젤이 그룻 캐릭터에 얼마나 많은 걸 불어넣었는지 아무도 상상조차 못할 거다. 영화를 만들며 수많은 다른 목소리로, 심지어 내 목소리와 내 동생 목소리로까지 '아이 엠 그룻' 대사를 더빙해 봤었다. 그런데 빈이 오자마자 '아이 엠 그룻'이라고 대사를 하는 순간, 나와 편집감독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CG 캐릭터가 갑자기 살아나 순식간에 완성이 되더라. 그룻 캐릭터가 갖고 있는 신비로운 에너지와 감정을 불어넣는 빈의 연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베벌리힐스=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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