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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먼저 떠난 가족이 그리울 때

혜민/스님

살다 보면 나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떠난 가족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돌아가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문득문득 부모님 생각이 난다거나 먼저 간 남편.아내.형제.아이가 갑자기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순간 말이다.

얼마 전 아버지를 암으로 잃은 20대 미주한인 지나 양이 아버지 실물 크기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며 파리의 에펠탑이나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명소 앞에서 아버지 사진을 세워 두고 함께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유롭게 가족여행 한 번 제대로 할 틈 없이 열심히 일만 하다 뜻하지 않는 병을 얻어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충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억누르는 우울증으로 돌아왔고 어느 날 돌연 다니던 뉴욕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편도행 비행기표를 끊어 아버지 사진과 함께 무작정 유럽으로 떠난 것이다. 아마도 지나 양에게 이번 여행은 비록 육신은 돌아가셨지만 마음만은 아버지와 함께하는 의미 있는 치유의 여행이 되었으리라.

종교인으로서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후 남겨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위안을 드리는 일이다. 혹시라도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잇는다. 먼저 사랑하는 가족이 떠났다 해도 그들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울 때 한 번 내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천천히 살펴보면 내 안에서 순간순간 지금도 살아계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성격을 닮아 어떤 상황에선 나도 모르게 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하는 내가 느껴질 때 좋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봤을 때 어머니의 감수성을 그대로 닮아 어머니처럼 반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부모님이 내 안에서 살아계시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또한 내 아이나 남편.아내.형제일 경우에는 그들이 나와 함께한 시간 동안 나를 변화시켜 놓은 좋은 점들을 찾아보자. 그로 인해 내가 더 성숙해지고 삶의 큰 가르침을 얻은 것들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의 그 변화들 속에서 그들의 존재가 아직 살아 있다.



또한 먼저 간 가족을 그리워만 할 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더 가슴 아프다는 분들이 있다. 이럴 때는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의미를 두었던 일을 하는 단체에 적은 금액이라도 정기적으로 기부를 한다거나 아니면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보는 것이 좋다. 어떤 이들은 나무를 심기도 하고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그리운 가족과의 관계를 의미 있게 이어 나가면서도 내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한다는 것을 알면 사랑하는 그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독일의 영성가 에크하르트 톨레가 한 말을 떠올려 보자. "죽음을 통한 상실은 우리 가슴을 찢어 큰 구멍을 만들어 놓지만 그 상처의 구멍이 있기 때문에 또한 은혜의 바람이 통과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을 잃은 아픔은 너무도 크지만 그 아픔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지금의 상태가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으로부터 깨어나게 하는 하늘이 내린 가장 큰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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