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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돌아온 아나바다 장터

[LA중앙일보] 발행 2014/08/0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4/08/01 21:57

오수연/기획특집부 기자

목공을 시작한 후 거라지 세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종종 리폼하면 쓸만한 중고가구들이나 소품들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원목으로 된 튼튼한 식탁 의자 4개를 단돈 25달러에 구입했다. 겨울이면 요긴하게 쓰이는 벽난로 툴세트는 지난 해 바로 옆집에 사는 노부부의 거라지 세일에서 5달러에 얻었다. 낡은 원목 서랍장도 페인트를 칠하고 상판을 바꾸는 등의 리폼 과정을 거쳐 지금은 잡동사니들을 넣는 수납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름이면 거라지 세일이 동네 곳곳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유독 눈에 자주 띈다. 아이들이 쓰던 장난감이며 동화책, 신발, 옷가지, 서랍장, 소파, 그릇, 가방 등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즐비하다.

언뜻 보면 별거 없어 보이는데도 미국인들은 차를 세우고 유심히 살피곤 한다. '누가 살까'하는 낡은 신발이나 옷가지도 관심 있게 살펴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무리 볼품 없고 낡은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거라지 세일은 닮고 싶은 문화다. 파는 이들에게는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덤으로 과외 돈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사는 이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절약의 기회를 준다. 누구에게도 마이너스 없는 알짜 거래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거라지 세일이 좋아 보이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가족들이 함께한다는 이유다. 거라지 세일을 가보면 대부분 온 가족이 함께 나와 있다. 아이들도 가격표를 붙이고 물건을 정리하는 등 부모를 도와 열심이다. 아마도 거라지 세일을 해서 번 돈으로 가족여행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또 아이들이 사고 싶어하던 게임기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가족애와 절약을 배워간다.

아나바다 장터가 지난달 4년 만에 재개됐다. 앞으로 매월 2째 주와 4째 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캠페인이다. 첫 시작은 한국에서 IMF사태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 시작됐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물자를 절약하자는 것이 취지다. 중앙일보도 미국경기가 침체기를 걷던 지난 2009년과 2010년 아나바다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그 열기가 시들해져 버렸다.

물론 일부에서는 아나바다의 좋은 뜻을 이어나가고 있는 곳도 있다. 한국의 일부 유치원에서는 아나바다 알뜰 시장놀이가 인기라고 한다. 아이들이 집에서 챙겨온 물건을 판매하고 또 그 판매한 돈으로 다른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절약을 배워가고 새것만 좋아하기보다는 재사용하는 습관을 기른다는 것이다.

그런 뜻을 담고 있는 아나바다장터의 재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어떤 행사보다 한인들이 적극 참여하고 이어가야 할 행사라는 생각이다. 거라지 세일이 미국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인들의 8월의 가족 계획을 감히(?) 제안해 본다. 첫째 주 주말은 대청소와 함께 물건 정리, 둘째 주 주말은 아나바다 장터에서 온 가족이 함께 물건 팔기 그리고 셋째 주에는 장터에서 판 돈을 보태 떠나는 즐거운 가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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