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민정책에 발목 잡힌 오바마
김창준/전 연방하원 의원
1964년 인종차별금지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미국은 '이민 쿼터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 법에 따르면 매해 허용된 총 이민자 중 유럽계 백인이 80%로 대다수였고, 다음이 남미계였다. 아시아계에 대한 쿼터는 2~3% 정도였고 그나마 아프리카 흑인은 거의 없었다. 유럽계 백인들은 쿼터가 항상 남아 돌았고, 아시아계는 얼마 되지 않는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등에서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갔다. 이제는 부모 없이 애들만 몰려오니 이들을 어떻게 다시 죽음의 땅으로 돌려 보낼 수 있겠는가? 특히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이 보호자도 없이 헤매는 어린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몇 천 명씩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는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느냐는 주장과 날카롭게 부딪치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히스패닉계들 마저도 이제는 오바마를 비난하며 등을 돌린 것이다.
오바마는 급한 나머지 37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돈으로 국경을 강화하고 불법 미성년자 임시수용소를 확장하며, 본국으로 송환될 아이들을 위해 그 나라에 재정적 도움을 주자는 등의 내용이다. 보수파들은 비록 비인도적이란 비난을 받더라도 아이들을 본국으로 보내지 않을 경우 이들에게 미국이 복지의 천국이란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 돈을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아이들을 본국으로 보내는 데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긴급자금을 배정할 게 아니라 방위군을 총동원해 불법이민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불법이민자들을 위한 무료 의료서비스에 다 써버리고 이제 와서 다시 긴급자금을 요청하는오바마를 탄핵해야 한다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사우스다코타주 공화당 컨벤션에서 오바마 탄핵을 정식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와 민주당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미국법을 준수하고 범죄 기록이 없으면 영주권을 주자는 주장을 폈다. 불법이민에 대한 관용정책이었다. 공화당은 이에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오바마는 이 주장으로 불법체류자 문제의 핵심인 히스패닉계의 75%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재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은 바로 이 이민정책에 발목이 잡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은 히스패닉계의 45% 이상이 오바마를 반대하고 나섰고, 공화당 원내총회에서는 대통령 특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을 고소까지 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별로 뾰족한 해결책이 안 보이는게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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