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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데카르트에 되묻다

'데카르트의 오류' 라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한다 그랬나 그대는/ 그런 그대에게 왜 존재한다고 생각 하냐고 묻는다/그대는 조금 더 깊게 그 말 의심했어야 했다/사람은 행복하려고 존재 한다/행복하려면 생각 말아야 하고"라고요.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입니다.

철학자로서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지요.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데카르트는, 철학에서 확실한 기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식을 부정하고 의심하여야 한다고 전재하고 출발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의심하지만, 의심하고 있는 나는 의심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즉, 생각하고 있는 순간에는 내가 존재한다는 그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바로 이 점에서 모든 존재인식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요.

그의 저서 '방법 서설'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으려고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감각 자체도 부정하였습니다. 이유는 감각도 꼭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요. 생각은 존재의 중심이고 이것만은 더 이상 의심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진리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그의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말을 의심하여 보면 인간의 생각 한가운데에 까맣게 박혀있는 '불쾌한 생각'에 대한 심지의 끝은 무엇이며, 또 그 생각들은 언제 끝날 것인지, 꼼지락거리는 과거의 자락만 잠시 잡아도 지난날 불행한 기억들의 갱내로 끌고 들어가는 그 칙칙한 생각들, 불편한 과거의 생각은 다른 더 불편한 과거 생각들의 꼬리만을 먹고 살아간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런 과거 생각들도 벅차기만 한데 머릿속은 미래생각까지 농후하게 덮쳐 걷힐 기미를 안 보입니다.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길한 생각'과 막연하게 '희망하다가 마냥 실망'하기만 하는, 뱅뱅 도는 생각의 끝은 있기나 한 것일까요.

지속되지 못하는 행복의 기억 또는 기대와 상관없이, 과거와 미래의 나까지도 지금 내 존재가 아닙니다.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 생각 때문에 존재하지 않지요. 타(他)의 생각이 아(我)인 나의 존재 자리에 들어와 그 타의 형태로 마음을 독차지하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지금 찰나에는 실존하지 않는 타의 존재가 나를 점령하게 됩니다.

타라는 존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대변하여 데카르트에게 되묻습니다.

"그대는 좀 더 깊이 의심했어야 했다. 생각하지 않을 때 온전한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생각하면 그 생각으로 내가 존재 할 수 없지 않은가. 내 존재가 없는데 어찌 존재의 이유인 '생존을 위한 존재와 행복'의 근간이 존재하겠는가"라고요.

덧붙여 "말간 행복은 생각을 줄이는 만큼 느끼는 것, 생각 안 한다 고로 나는 온전히 존재한다"라는 말까지 더해서요.

최진수 시인/ 백삼위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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